지난 1905년 촬영해 미국 사절단에게 선물한 고종 황제의 사진이 미국에서 발견됐습니다.
한국인이 찍은 고종 사진 중 가장 오래된 사진인데, 국권을 빼앗긴 나라의 슬픈 사연도 얽혀있습니다.
윤범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지금부터 110년 전인 1905년 9월 18일.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육군장관을 단장으로 한 미국의 아시아 사절단이 인천항에 도착합니다.
당시 사절단엔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21살 딸 앨리스도 있었습니다.
고종 황제는 "미국의 공주가 왔다"며 대대적으로 환대했고, 이들이 떠날 땐 한장의 사진을 선물로 건냅니다.
바로 덕수궁 중명전에서 자신이 찍은 황제의 초상 사진입니다.
황실 사진사인 해강 김규진이 촬영한 이 사진은 고종이 황제의 복식인 노란색 황룡포와 보라색 익선관을 쓴 점이 특징입니다.
당시 고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은 우리의 친구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미국의 속내는 달랐습니다.
이미 도쿄에서 필리핀 통치를 대가로 일본의 한국 지배에 동의하는 '가쓰라-테프트' 밀약을 맺은 이후였습니다.
고종의 사진은 미국 재벌인 에드워드 해리먼이 소장하다 1934년 뉴어크 박물관에 기증됩니다.
이후 국제정세에 무지하고 부궁강병에 실패한 군주의 슬픈 자화상으로 남게됐습니다.
MBN뉴스 윤범기입니다. [ bkman96@mk.co.kr ]
영상편집 : 박기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