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밀러’를 인수하고 세계 맥주시장을 사실상 천하통일한 AB인베브 앞길이 험난해 보인다. 미국 규제당국을 비롯해 중국·라틴아메리카의 독과점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숱한 심사와 기업분할 등 진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AB인베브와 사브밀러 간 인수 협상이 총 인수금액 690억파운드(약 121조3800억원)에 타결됐다고 보도하면서 “반독점 규제란 ‘산봉우리’가 남아있어 완전히 인수가 마무리됐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세계 각국 정부에 이번 인수를 승인받아야 하는데 너무 큰 점유율 탓에 벌써부터 난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미국 시장이다. AB인베브는 인수 전 이미 점유율 45%를 기록하며 미국 시장을 주름잡아 왔다.
여기에 사브밀러의 점유율 25%까지 더해지면 무려 70%로 경쟁 당국의 눈총을 받을 만하다. 이미 AB인베브는 2013년 멕시코 맥주사 그루포 모델로 SAB를 인수했다가 미 법무부에 소송당한 적이 있다.
당시 AB인베브는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 사업 일부를 매각해야 했다.
더군다나 AB인베브는 미 당국에 밉보이기까지 한 상태라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AB인베브가 미국에서 유통사들을 이용해 불공정경쟁을 벌인다는 정황을 포착해 조사 중이다. AB인베브가 유통사로 하여금 자기 제품만 취급하도록 압박하는 ‘갑질’을 자행했다는 것.
중국 정부도 만만찮은 장애물이다. AB인베브가 중국 시장점유율 14%를 차지하는 가운데, 사브밀러와 중국 화룬창업유한공사(CRE)가 합작 설립한 화룬쉐화맥주가 점유율 23%를 확보하고 있어서다. 벌써부터 중국 당국이 AB인베브에 화룬쉐화맥주 지분을 매각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지역 여러 나라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AB인베브발 자회사 매각·기업 분할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실컷 덩치를 키웠더니 기업분할으로 회사를 팔고 이를 다시 경쟁사가 사들여 다시 시장영향력이 쪼그라들면 ‘부메랑’을 맞는 격이다. 가령 화룬쉐화맥주 지분 매각은 중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원하던 세계 3위 하인네켄과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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