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영국 국빈방문이 양국관계를 ‘새로운 고도’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바람을 피력했다.
영국 국빈방문 첫날인 이날 시 주석은 영국 의사당 웨스트민스터의 로열 갤러리에서 중국어로 한 연설에서 “양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양쪽 반대편에 있지만, 오랜 공동의 깊은 상호 애정을 갖고 있다”며 양국 간 우호를 언급했다.
그는 19세기 아편전쟁과 냉전시대 등 영국과 중국이 대립했던 역사를 의식해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과거는 서막에 불과하다”라는 문구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중국군이 참여했다는 사실과 지난해 중국의 빠른 대응 덕에 영국 에볼라 환자에 개발 중인 에볼라 치료제가 투약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또 영국이 중국 이외 지역에서 위안화 거래가 가장 많은 곳이고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곳이라는 점 등을 나열한 뒤 “양국이 더욱 상호의존적이고, 공동의 이해를 지닌 사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중국이 법치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중국민은 모든 면에서 법질서를 높이고 있다”며 “우리 목표는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체계는 “중국의 독특한 특색들을 지녀야만 한다”면서 엄격한 법, 전통적 정의, 법을 준수하는 국가 건설 등이 우선순위라고 말했다.
중국이 인권문제에 대해 각국의 문화와 역사, 발전단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해온 것에 비춰보면 시 주석의 법치 발언은 중국 인권에 대한 비난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영국 의원들에게 “중국을 더욱 자주 방문해 중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중국의 변화를 경험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현명한 자는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기회를 만든다“는 중세 영국의 궁정 고위직을 지낸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또 연설 장소인 국회의사당이 영국 의회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는 ‘오직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며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다(民維邦本, 本固邦寧)’는 중국 유교경전 서경(書經) 속 문구를 빌렸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인 시 주석의 영국 의회 연설은 11분 만에 끝났다.
연설 도중 한 차례의 박수도 나오지 않았으며 연설이 끝나고서도 기립박수를 하는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 주석의 연설은 단조로울 정도로 간결하고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한 외교 관계자는 FT에 “(시 주석의 연설은) 완벽했다. 의미있는 내용이 아무 것도 없었다”고 비꼬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연설 도중 동시통역기를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는데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두고 “총리가 벼락치기로 중국어를 공부했나”라고 꼬집었다.
또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시 주석을 소개하면서 미얀마 아웅산 수치 여사
BBC는 이는 인권문제에 대해 중국을 비꼬는 것으로서 여겨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