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중국 베이징 하늘은 맑고 높았다. 11월 초의 쌀쌀한 날씨에 옷깃을 세워야 했던 날, 베이징 798거리를 걸었다. ‘798’이라는 숫자만으로도 ‘아~그곳’이라는 감탄사가 새어 나오는 곳. 맞다. ‘뉴욕의 소호’에 비견되는 중국현대미술의 메카인 그 798 예술지구다.
베이징 동북부 다산즈에 위치한 798에 가려면 지하철 14호선 지앙타오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게 가장 편하다. 20~30분 채 걸었을까. 길가에 조각상이 보여주위를 살펴보니 4호문 입구 근처였다. 지하철역에서 택시를 타도 되지만 교통 체증을 감안하면 오히려 걷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23만㎡의 이 예술지구에는 갤러리와 미술관, 카페, 레스토랑, 옷 가게, 공방 등 400여개가 군락을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예술이 어떻게 죽었던 도시를 살리는지, 또 사람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 울렌스현대미술관 |
한국의 설치미술가 양혜규(44) 개인전이 막 개막한 울렌스현대미술관은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모던한 건물이다. 양혜규 전시 외에도 중국의 원로 작가이자 미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데이비드 디아오 개인전과 젊은 미디어 작가 리밍의 전시가 나란히 열려 아시아 작가들의 다양한 면모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중국 현대미술계가 서구에 휘둘리기 보다는 이제 자신들만의 안목과 가치에 따라 자국 작가를 키우는 모습이었다.
‘타임존8’은 원래는 미국인이 운영하는 서점이었지만 지금은 카페와 맥주를 파는 ‘바’로 변신했다.
길가에 큼직한 조각상들도 눈에 띄었다. 제2회 공공미술 조각전이 한창이었다. 미국 뉴욕 월가의 황소 동상을 연상케 하는 커다란 황소 조각상이 길가에 놓여 있는데, 큰 차이가 있다면 소의 뒤를 한 남성이 힘차게 받치고 있는 형상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힘과 의지를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조각가 웨이웨이의 ‘사과 핵’이라는 작품이다.
왼쪽 모퉁이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798광장이 있는 쪽이다. 그 근방에는 뉴욕의 유명 갤러리인 페이스갤러리 분점과 비영리 예술공간 ‘M우즈’, 상업화랑인 탕컨템포러리아트와 갤러리아 컨티누아가 모여 있다. 골목에는 각종 공방과 기념품 가게가 진을 치고 있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한국 관광객들이었다. 798이 관광명소가 됐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갤러리 문인가 싶을 정도로 묵직한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798 대표 갤러리인 탕컨템포러리아트였다. 오래된 목재 기둥이 갤러리 벽을 뚫고 여기저기 설치돼 있었다 이것이 작품인가 싶어 설명을 봤더니 중국의 반체제 아티스트로 유명한 아이 웨이웨이 개인전 풍경이었다. 압도적인 스케일에 입이 쫙 벌어졌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옆 갤러리인 컨티누아 갤러리에서도 아이 웨이웨이 개인전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작가의 대형 설치물을 서로 다른 갤러리에서 나란히 연다는 것도 중국다운 발상 같았다. 목재 건축물은 바로 중국 당나라에서 청나라까지 왕씨 집안의 주요 행사가 치러졌던 화려한 고대 사원이었다.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돼 결국 폐기될 위기에 처한 이 사원 전체를 아이웨이웨이가 매입, 복원해 갤러리에 설치한 것이다. 작가는 “예술가는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다. 세계를 재해석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이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컨티누아 갤러리는 파격적인 설치와 영상 작품을 주로 여는 해외 갤러리. ‘보따리 작가’ 김수자 전시도 여기서 열렸다.
컨템포러리아트 옆 ‘M우즈’는 기획전 ‘위험과 기묘함이 가득 찬: 보편주의로서 회화’전을 열고 있었다. 회화 작가 20명이 참여한 전시에서는 학고재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을 연 한국계 화가 진 마이어슨 작품도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갤러리는 새 전시를 준비하느라 문이 닫혀 있었다.
팡리준의 작업실과 전시실을 둘러본 뒤 울렌스현대미술관 쪽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유명 화랑인 롱마치스페이스에서는 세계적인 중국 작가 왕지안웨이의 개인전 ‘더러운 물질’전이 펼쳐져 있다. 개념적인 회화와 조각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하이브현대미술센터를 지나 중국의 유명 평론가이자 독립 큐레이터인 렁린이 운영하는 대안공간 ‘베이징 코뮨’ 문을 열었다. 요란한 음악과 게임을 접
[베이징 =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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