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집권당이 총선에서 16년 만에 야권에 참패했다.
베네수엘라 야권 연대인 민주연합회의(MUD)는 6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 투표에서 전체 167석중 112석을 석권했다고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7일 밝혔다.
앞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1차 발표에서 MUD가 99석,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46석을 획득한 것이 확인됐고 나머지는 집계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선관위가 야권이 밝힌 최종 당선자를 확인하지 않은 가운데 집권당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야권의 주장대로 112석이 확정되면 전체 의석수의 3분의 2인 111석을 넘김으로써 개헌을 승인하고 국민투표 등을 발의할 수 있는 위치를 점하게 된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역대 대선과 비슷한 수준인 74%대로 집계됐다.
베네수엘라 집권당은 1998년 우고 차베스가 정권을 잡고 이듬해인 1999년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에서 압승한 이래 다수당을 계속 유지해왔다.
2013년 집권해 PSUV를 이끈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선관위의 1차 결과 발표 직후 방송을 통해 '반대의 결과'가 나온 패배를 시인한다면서 경제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데 의회가 집중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우리는 오늘 반혁명 세력과의 싸움에서 졌지만, 이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야권에 대해 "상생하자"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MUD는 2008년 차베스에 반대하는 중도·보수 성향의 정당 16개의 통합체로 출발해 현재 사회민주주의, 노조주의 등을 표방하는 군소정당 20여개가 연합한 것으로 파악된다.
야권의 대표 주자이자 마두로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손꼽히는 엔리케 카프릴레스 미란다 주 주지사는 트위터에서 "우리가 희망했던 결과다. 뒤집을 수 없는 베네수엘라의 승리"라고 자축했다.
카프릴레스를 포함해 작년 2월 반정부 시위사태 때 구속된 민중의지당 대표 레오폴도 로페스의 부인 릴리안 틴토리와 미주기구(OAS)에서 정부 실정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등이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선봉대 역할을 했다.
그동안 다수당을 이끌고 각종 사회주의 법안 채택에 혜택을 보는가 하면 의회로부터 포고령으로 법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 등 특권을 누려온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 대패함으로써 동력을 크게 잃게 됐다.
의석수 3분의 2는 개헌을 포함한 국민투표 발의, 대법관 파면, 선거관리위원 임명안 등을 통과시킬 수 있는 위치다.
이미 야권 내 강경파들은 경제난 등 실정을 물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국민소환 투표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임기가 2019년까지인 마두로 대통령의 임기 중반인 내년 4월이 지나면 시기적으로 국민소환이 가능해진다.
야권은 또 다수 의석을 기반으로 현 정권에 구속된 야권 인사를 석방하기 위한 사면법 제정 등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수준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산유국인 베네수엘라 집권당의 패배는 높은 인플레이션율과 생활필수품 부족 등 경제난이 가중괴 민생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차베스 전 정권으로부터 계승돼온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마저 민심으로부터 외면당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베네수엘라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0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추정하고 있으나 베네수엘라 정부는 80%선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선거 전 베네수엘라 내부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이 지지율에서 대부분 큰 차이로 앞서는 등 결과가 예고되기도 했다.
이번 총선은 마두로 대통령이 계승한 차베스의 포퓰리즘에 근거한 사회주의, 즉 '차비스모'가 (Chavismo)가 베네수엘라에서 희석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 총선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후보가 집권 좌파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되는가 하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
마두로 대통령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는데다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네수엘라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나라 안팎에서 위기에 맞서야할 처지에 놓였다.
베네수엘라 총선
온라인 이슈팀 @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