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기구(OPEC)발 유가급락 불길이 철광석 등 원자재시장으로 옮겨 붙으면서 원자재 기업 구조조정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저유가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200년 역사의 세계 1위 종합화학기업 듀폰은 다우케미컬과 사상 최대규모 합병을 추진 중이다. 저유가가 글로벌 기업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수조원 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세계 5위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은 8만 5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고 중국 최대 규모 희토류 기업도 합병을 결정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와 런던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WTI·배럴당 37.51달러)와 북해산 브렌트유(40.86달러) 값이 지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유가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유가와 상품가격이 같이 움직이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 소식이 흘러나왔다. 세계 최대 규모 종합화학업체 듀폰과 다우케미컬이 합병을 논의 중이라고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600억달러(70조원)를 넘는다. 지난 4월 셸이 영국 BG그룹을 815억달러( 92조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한 것보다 큰 규모다. 듀폰은 달러화 강세와 신흥국 경기둔화라는 쌍끌이 폭탄을 맞은후 최근 수년간 실적이 지속적으로 쪼그라들어 올들어 주가가 연초 주당 75달러에서 47달러 수준으로 30% 넘게 폭락한 상태다. 다우케미컬 최고경영자(CEO) 앤드루 리베리스는 “사상초유의 저유가와 상품가격 하락으로 현재 업종내 거의 모든 업체들이 인수 협상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며 “누구도 예외라 보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광산업체 앵글로 아메리칸은 이날 8만 5000명의 직원 해고와 자산 매각, 현재 진행 또는 예정된 채굴규모를 최대 60%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지속적인 중국 수요감소와 가격하락으로 올해 최고 47억(5조 5000억원) 달러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자 칼을 뽑아든 것이다. 세계 1위 광산업체 리오틴토도 같은 날 올들어 3번째 투자 축소계획을 발표했다. 잇따라 장기투자계획 축소방안을 내놓은데 이어 이날은 내년 사업비를 기존 60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실적 부진 충격으로 하루만에 주가가 30% 추락했던 스위스 글렌코어가 아연·구리 광산 개발 중단을 내놓은 후 최대 규모 구조조정 이다.
내로라 하는 광산업체들을 구조조정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4년새 80%나 떨어진 철광석 값이다. 미국 뉴욕 시장에선 8일 철광석 가격이 전날 대비 1% 하락하면서 t당 38.99달러로 주저앉았다. 최근 10년 사이 최저가 수준이다. 철광석 뿐 아니다. 구리, 아연, 원유 등 다른 원자재 값도 계속 바닥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 추락 단초를 제공한 중국에도 원자재기업들의 감산·감원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희토류 기업 우쾅그룹과 최대 금속제련업체 중예그룹은 8일 합병안을 공식 발표했다. 우쾅은 지난해 매출이 6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이지만 주력 분야인 희토류와 철광석 수요가 급감해 적자에 빠졌다 중예 그룹도 원자재값 급락으로 금속제련과 광산개발이 한계 상황에 직면하자 구조조정을 통한 위기 돌파에 나섰다.
원자재 가격이 바닥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이로인해 세계 1위 기업들을 구조조정으로 내몰고 있는 건 원자재 시장에 넘실되는 ‘불신의 파도’ 때문이다. 구리·철광석·석탄등 원자재 시장은 그간 5~6년간 주기로 추락과 반등이 반복되는 소위 ‘수퍼사이클’이론이 지배해왔다. 그러나 원자재 기업들과 상품시장 전문가들은 더 이상 이런 수퍼사이클이 반복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과잉 상황에서도 저가 제품을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중국·인도 때문이다.
이달 15~16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도 암울한 시장에 ‘더블펀치’를 날리는 격이다. 앵글로 아메리칸 등 광산기업과 에너지 기업들은 유동성이 넘쳐날때 저금리 자금을 마구 끌어다 광산투자는 물론 원자재 파생상품에도 투자했다. 과거 리먼이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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