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협상 역사상 최초로 달성한 전지구적인 합의다. 인류의 중대한 도약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각) 파리기후변화 협상 개최국으로 협상을 주도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협상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자신감있게 외친 말이다.
올랑드 대통령의 표현대로 파리기후변화 협약의 가장 큰 의미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미국과 중국, 서방과 비서방 국가 등 전세계 195개국이 모두 참여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기후변화가 전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한 이후에도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전세계 국가들이 동참한 합의는 여태껏 없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선진국과 앞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해야 하는 개발도상국간 이해관계가 완전히 상충됐기 때문이다.
이번 파리기후변화 협약은 1997년 교토의정서와 달리 선진국 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도 감축의무를 부여했다. 대신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에게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118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구 온도를 과거 산업화 전과 비교해 몇도까지 상승하도록 허용할 것을 놓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중간 수준에서 합의했다.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요구했던 ‘지구 온도를 산업화 전보다 2℃까지만 오르게 한다’는 내용을 ‘2℃보다 훨씬 낮추되 1.5℃에 도달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으로 타협했다. 감축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보다 과정이 더 오래 걸릴 것이라는 현실적인 차이점도 인정해 주기로 했다.
협상 당사국들은 지구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하고 21세기 후반기에는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지구가 이를 흡수하는 능력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국제 탄소시장 매커니즘 설립을 합의하고 이행에 필요한 향후 후속논의를 통해 개발하기로 했다. 섬나라 등 기후변화로 인해 손실·피해를 입는 나라들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이들 국가의 기후대응을 돕는 체계를 만들기로 했다. 이외에도 파괴되는 숲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하기로 햇다.
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을 이행과 관련, 강력한 법적 구속력이 미비하다는 점은 이번 협약이 드러낸 한계다. 세계 각국은 2018년부터 5년마다 탄소 감축 약속을 잘 지키는지 검토를 받아야 한다.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검증하는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 시스템도 도입된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계획안을 제출하고 정기적으로 검토를 받는 것은 의무사항이지만 이를 지키는 것은 구속력이 없어 이에 대한 불이익은 전혀 받지 않는다.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성공한 것은 결국 미국과 중국이 앞장선 영향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기후변화문제에 대처할 필요성을 G2 가 함께 인식한 것이 불가능해보였던 협상을 진전시켰다는 것이다.
미국은 2주 넘게 이어진 협상 초반부터 세계 1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으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2001년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는 법적구속력이 없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된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번 협상이 법적구속력이 있는 조약이 될 경우 공화당의 반대를 물리치고 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중국도 최근 극심한 스모그 사태를 겪는 등 환경문제와 기후변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탄소배출을 줄여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협약에 비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이유가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종 합의문 도출을 위해 시진핑 주석과 통화를 하는 등 G2 의 공조가 이번 협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대표
이번 기후변화 협상에서 같은 견해를 가진 개도국 모임인 LMDC의 구르디알 싱 니자르 대변인은 “인도, 중국, 사우디와 중동 그룹 모두 이번 협상에 동의했다”며 “개도국들의 이해가 고려된 균형잡힌 합의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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