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공포가 다시 시장을 덮치면서 두바이유가 배럴당 33달러선까지 밀렸다. 벌써부터 30달러선을 지키기 힘들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 저품질 원유는 이미 배럴당 2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14일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5.09% 하락한 배럴당 33.75달러로 마감해 지난 2005년 1월 이후 10년 11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도 장중 한때 4% 안팎 급락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점까지 추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원유는 배럴당 28달러, 이라크가 아시아에 수출하는 원유값은 배럴당 25달러, 캐나다 서부 저질 원유도 배럴당 22달러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산유국간 노골적인 치킨게임으로 원유값이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자 일부 OPEC 회원국들은 비상회의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엠마뉴엘 카치큐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매우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하는 것에 분명하게 찬성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위드햐완 프라위라아트마자 OPEC 이사도 “유가 30달러선까지 붕괴되면 OPEC이 긴급 회의 소집에 나설 것”이라며 “고비용 산유국부터 감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선 휘발유값이 갤런당 평균 2달러선까지 떨어져 우유, 커피값 보다 싸지면서 에너지 기업파산과 감원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석유기업 큐빅에너지는 이날 델라웨어주 윌밍턴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세계 최대 LNG 생산업체인 BG그룹 인수합병 절차를 진행 중인 로열 더치 셸도 2800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가파른 유가 하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산유국들은 저유가 장기화에 대비해 속속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앞으로 7년간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 머무는 것을 가정해 비상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막심 오레슈킨 재무부 차관은 현지 언론 베도모스티가 주최한 조찬 포럼에 참석, “러시아는 오는 2022년까지 유가가 배럴당 최저 40달러에 머무는 걸 전제로 한 비상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세계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내년 정부지출을 올해 대비 20% 가량 줄이고 각종 보조금 폐지와 증세 등을 통해 세입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5일 OPEC감산합의를 불발시킨 사우디가 감산 대신 재정긴축을 선언한것과 관련, 비OPEC 산유국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오레슈킨 재무부 차관이 ‘향후 7년간 유가 40달러 시대 준비’ 발언을 한것도 사우디와 OPEC을 향해 “우리가 훨씬 오래 버틸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는 데 유가가 떨어지는 만큼 환율이 상승하면 러시아 루블화로 환산한 원유수출액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모스크바 외환 시장에서 루블화 값은 달러당 71.22루블에 마감, 지난해 8월 이후 1년 4개월래 죄저치로 주저앉았다.
반면 달러에 환율을 고정시켜 놓은 사우디는 유가가 떨어지면 수출감소 충격을 그대로 받게되어 있다. “사우디가 곧 고정환율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한 배경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같은날 호세인 자마니니아 이란 석유차관까지 “유가가 떨어지더
[이지용 기자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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