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오후 일본 도쿄도에서 신조 아베 총리와 재계단체장, 도요타자동차 사장, 아마존 부사장 등이 참석한 관민대화가 열렸다. 아베 총리가 드론(무인비행기),무인차, 의료분야 규제완화를 약속한 이날 아마존 부사장은 글로벌 드론시장의 엄청난 성장가능성을 설명하며 도쿄 바로 옆 지바시가 드론택배를 검토하고 있다고 정부측에 알렸다.
지바시는 도쿄만에 접한 마쿠하리 신도심 주변에 물품창고를 세워 드론택배를 실용화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민관대화에서 나온 건의에 대해 일본 정부 관료들은 즉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과거 같으면 항공법 저촉, 안전성 문제 등 온갖 난제를 들먹이며 차일피일 결정을 미뤘겠지만 아베 정권은 달랐다. 아베 총리 스스로 팔을 걷어 붙였다.
드론 택배 건의를 받은지 한달을 조금 넘긴 15일 오전, 국가전략특구회의를 직접 주재한 아베 총리는 지바시를 드론택배 전략특구로 지정했다. 또 드론이 고도 150m 이상, 인구밀집지역을 날지 못하도록 한 항공법을 개정하고 드론을 반드시 사람의 눈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규제도 완화하도록 지시했다.
규제 개혁 혁파를 위해 아베 총리가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전략특구회의제도를 신설한 게 효력을 발휘했다. 국가전략특구회의에서 일단 결정이 이뤄지면 정부와 지자체의 다른 모든 인허가 절차도 자동 통과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지바시 드론택배에서 주목되는 것은 전략특구회의 통과로 인해 생필품은 물론 의약품(처방약)도 택배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현재 처방약은 의사 처방을 받은뒤 약국에 가서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드론택배를 허용하면서 병원·약국을 가지않고 스마트폰으로 처방약을 살 수 있는 특례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전략특구에 한해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드론택배와 원격진료라는 두 마리 규제완화를 한꺼번에 잡은 지바시는 아마존 등과 협력해 3년내 드론택배를 실용화할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바시 드론택배 소식을 전하며 “세계 최초 드론택배 사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베 정권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일본은 10년 후인 2025년 153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드론을 포함한 무인이동체 시장에서 한발 앞서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드론 의약품 택배가 확산되면 의료서비스 의 질과 편리성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아베 정권의 국가전략특구는 계속 진행중”이라며 “지자체나 사업자가 경제효과가 높은 규제개혁 제안을 하면 앞으로도 빠르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부는 이날 지바시와 함께 히로시마현,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