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공생관계를 넘어 혈맹에 가까웠던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과 미국 대형 배송업체 UPS간 협력전선에 균열 조짐이 일고 있다.
급증하는 전자상거래 주문량에 비례해 화물 운송비가 급증하자 아마존이 항공 화물을 포함한 자체 물류체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거대 물량을 확보해 성장을 거듭해온 UPS로서는 아마존을 미래 경쟁자로 맞을 수 있는 위협에 봉착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아마존의 독자 행보로 뒤틀리고 있는 두 회사간 동맹관계를 집중 조명했다.
UPS의 아마존 관련 매출은 올해 10억달러(약 1조1770억원) 이상으로 이는 10년전보다 5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UPS는 그동안 제살깍기를 해가며 최대 고객인 아마존 비위를 맞춰왔다. 페덱스가 아마존의 비용 절감 요구를 거부했을 때 UPS는 페덱스 물량을 떠안기 위해 아마존의 비용 삭감 요구에 부응했다. 심지어 지난 2005년 아마존이 프라임 서비스를 개시하며 ‘이틀내 배송’ 공약을 내놨을 때 UPS는 운송비를 최대 70% 깎아주며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아마존이 2년여전부터 자체 물류 체계를 구축하려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아마존은 운송트럭과 운송요원을 확보한데 이어 드론을 이용한 미래형 배달 서비스를 타진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10월까지 최근 1년간 21개 물류시설을 새로 확충했다. 현재 아마존 물류시설은 전세계 173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항공화물회사와 항공기 임대 협의에 들어갔다. 아마존 자체적으로 항공화물 배송사업부를 구축하기 위한 시도다.
아마존의 변심에는 늘어가는 운송비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올해 3분기 아마존 운송비는 전체 매출 대비 11.7%에 달한다. 이는 작년 동기(10.4%)에 비해 1%포인트 이상 늘어난 것이다.
안정적인 자체 물류체계를 갖춰 UPS나 페덱스 등 외부에 맡겼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배송 지연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아마존은 지난 연휴 성수기 때 배송 지연으로 소비자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린 적이 있다. 아마존 측은 UPS가 유지하고 있는 허브식 물류 시스템이 낡아빠진 구시대 유물에 가깝다는 불신을 갖고 있다.
사티시 진델 SJ컨설팅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은 UPS에 혜택을 주는데는 관심이 없다”며 “아마존은 물류를 장악하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이 UPS 인력을 빼가면서 두 회사간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지난 3년간 아마존이 UPS에서 빼내간 관리자와 임원급
알렉산더 베치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기존 고객사가 경쟁사로 탈바꿈하게 될 때 잠재적 결과에 대한 대비책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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