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햄프셔 경선, 샌더스 의원의 승리 확정…힐러리 앞섰다
미국 뉴햄프셔 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경선이 치러졌다.
9일(이하 현지시간) 80% 진행된 개표 결과 민주당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59.8%)이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38.5%)을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
두 사람의 득표 수 차이가 개표되지 않은 수량보다 커 사실상 샌더스 의원의 승리가 확정됐다.
공화당에서는 77.7%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34.5%의 득표로 존 케이식 주지사(16.4%),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11.5%)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남은 표의 80% 이상이 케이식의 '몰표'로 돌아가는 등의 극단적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트럼프는 개표 종료 시점이 되면 승리를 굳힐 전망이다.
이번 프라이머리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투표가 종료된 이날 오후 8시를 기해 CNN과 AP 등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민주당에서는 샌더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를 각각 '승자'로 지목했다.
언론들의 승자 선정은 자체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
앞서 클린턴 전 장관은 개표 초반이었지만, 워낙 격차가 큰 것을 확인하자 샌더스에게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했다.
케이식 지사는 "대통령이 되면 극단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미국의 문제를 풀겠다"며 자축했지만, 젭 부시 전 주지사보다 낮은 득표율에 머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실망스럽다"며 얼굴을 굳혔다.
이런 결과는 투표 전부터 예상됐다. 뉴햄프셔 주 지역방송 WMUR와 CNN이 전날까지 공동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에서는 샌더스(61%)가 클린턴 전 장관(35%)을, 공화당에서는 트럼프(31%)가 루비오(17%)나 크루즈(14%)를 각각 두드러진 격차로 앞섰기 때문이다.
선거 전날의 대선 주자 유세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트럼프는 전날 오후 뉴햄프셔 남부의 경제 중심지 맨체스터에서 가장 큰 공공시설인 버라이존 체육관에 강풍과 폭설을 동반한 한파에도 약 5천 명의 지지자들을 끌어모으는 '세 과시'를 했다.
샌더스 역시 맨체스터 팰리스 극장에서의 유세 때 좁은 공간 때문에 500여 명 남짓한 지지자를 모이게 했지만, 연합뉴스 특파원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 100여 명이 좌석 뒤쪽과 복도 틈새를 발 디딜 틈 없이 채웠다.
CNN은 샌더스와 트럼프를 '승자'로 지목하며 "민주 공화 양당의 기성 정치인들에게는 끔찍한 밤이 됐다"고 평했다.
이들 두 사람이 때로는 실현 가능성을 의심할 정도로 과격하고 급진적인 주장을 마다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였던데 비해, 민주당의 클린턴 전 장관이나 공화당의 부시 전 지사, 케이식 지사 같은 이들은 기성 정치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 결과가 비록 양당의 대통령선거 대의원 할당에서 실제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대선 일정의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고 대선주자의 경쟁력을 보일 수 있다는 면에서 '기성 정치인'들의 절치부심이 앞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미국의 정치 분석가들은 내다봤다.
프라이머리를 맞은 뉴햄프셔 유권자들은 실제 대통령선거를 방불케 하는 열기를 보였다.
뉴햄프셔 주 남부의 메리믹 지역에서는 투표
매사추세츠 주와 접한 허드슨 지역의 한 투표소에서도 오후 7시에 가까워질 때까지도 투표소 문 밖으로 유권자들이 20m 이상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뉴햄프셔 경선
온라인 이슈팀 @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