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들의 잇따른 해외기업 인수합병(M&A)으로 차이나머니 위력이 확 커지고 있지만 현지 직원·지역사회와 문화적 충돌과 갈등을 빚는 사례도 잦아지고 있다.
구시대적인 경영관리와 비민주적 조직문화에 익숙한 중국기업들이 현지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사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갈등을 자초하는 등 차이나머니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년 전 미국 앨라바마주 윌콕스 카운티 교외 공단지역에 1억2000만달러를 들여 생산시설을 세운 중국기업 골든드래곤(GD) 동관그룹은 심각한 노사갈등에 직면해있다. GD그룹이 중국에서 하던대로 근로자들이 유해물질에 직접 노출되는 시스템으로 동관제조 공정을 도입한뒤 열악한 작업 환경과 저임금때문에 현지 직원들의 불만이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불만을 토로하는 현지 직원과 본토에서 파견된 관리자간 감정싸움까지 더해지면서 노사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GD그룹 현지 직원들은 “회사가 약 70명의 중국인 출신 관리자들을 중국에서 데리고 와 모든 관리업무를 맡긴 것도 불만인데 이들 중국 관리자들이 점심시간까지 체크하고 영어실력도 부족해 전혀 소통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GD동관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 시설개선과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고 공장은 안전부실 등을 이유로 주정부로부터 대규모 벌금까지 맞았다. 무노조 분위기가 강했던 윌콕스 카운티 공단내에 GD동관 노조가 설립되면서 주변 기업에까지 노조설립 바람이 불 것을 걱정한 주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노사간 반목때문에 수포로 돌아갔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하이얼 공장은 사측의 생산성 압박에 견디다 못한 생산직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자 중국에서 파견 온 수십명의 관리급 직원들이 모두 중국 본토로 되돌아가는 소동을 겪었다. 경영전문컨설턴트 제프레이 로스페더는 “깊은 신뢰를 쌓은 사람과만 거래하고 중요 업무를 맡기는 중국 ‘꽌시’문화가 자율과 성과중심 미국 조직문화와 충돌을 빚고 있다”며 미국에 진출한 중국기업의 한계를 진단했다. 로디엄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의 미국 M&A와 새공장 설립 투자액이 지난해 157억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32% 껑충 뛰었다.
개발도상국가에 진출한 중국기업과 직원간 갈등은 훨씬 더 심각하다. 지난해 7월 캄보디아에서는 중국서 파견나온 건설현장감독관이 캄보디아 현지 근로자들에게 도끼로 찍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해당 감독관은 “캄보디아인 근로자들이 게으르기 짝이 없다”며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지 매체 프놈펜 포스트는 “캄보디아인들이 중국인들만큼 성실하지 않다고 지레 짐작부터 하는 중국인 직원들의 편견이 불러 일으킨 참극”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트럭제조업체 베이치포톤모터는 인도 서쪽 신데 지역에서 산업단지 개발을 놓고 지역민들과 충돌했다. 공장 설립 예정지였던 밤찬드라산이 인도 힌두승려들이 수련하던 곳으로 힌두교도들이 2000년 넘게 신성시했던 성지였기 때문이다. 포톤모터측은 “공장이 들어서면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수천명이 일자리를 얻는데 이를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회사측이 공장 건설예정지에 설치해놓은 철조망을 끊는 등 강력 반발, 당초 내년부터 트럭생산을 시작하려던 회사 생산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했다.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세속적 중국문화와 내세 중심의 인도문화가 충돌한것으로 뉴욕
WSJ는 “10~20년 전 서방 기업들이 중국 본토에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상품을 제조하면서 겪었던 문화적 충돌이 이젠 중국 몫이 됐다”며 “중국기업의 해외진출이 늘면 늘수록 더 많은 학습과정과 기회비용을 치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지용 기자 /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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