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국 가운데 동성간 결합을 합법화하지 않은 마지막 국가였던 이탈리아가 마침내 빗장을 풀었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은 11일(현지시간) 찬성 372표, 반대 51표, 기권 99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동성 간 결합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최종 가결했다. 지난 2월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법안이 통과돼 동성 간 결합이 실현됨에 따라 28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마지막으로 동성 결합 합법화 대열에 합류했다. 동성간 결합은 배우자로서의 권리와 상속·입양 등 법적 이익을 혼인 관계에 준해 보장하는 제도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신임 투표와 연계해 표결에 붙이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탈리아는 하원 토론 과정에서 수정 조항이 제출된 법안은 다시 상원으로 넘어가 추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렌치 총리는 야당이 수정법안을 내는 것을 막기 위해 신임투표와 연계하는 강수를 쓴 것이다. 렌치 총리는 하원 표결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가 가야할 이탈리아의 또다른 중요한 페이지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바티칸 주교회의 누치오 갈란티노 사무총장은 “모두의 패배”라고 강력 비난했다.
앞서 지난해 유럽인권법원(ECHR)은 이탈리아가 동성 커플에 충분한 법적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0여년을 끌던 법안이 통과됐지만 동성 커플의 입양 권리가 빠져 ‘반쪽짜리 승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초 원안에는 동성 커플들이 배우자의 생물학적 자녀를 입양할 수 있도록 했지만 수정안에서는 빠졌다. 다만 가정법원이 사례별로 허용할 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법안 통과로 앞으로 동성 커플들은 서로의 성을 따를 수 있고, 한 쪽이 사망했을 경우 남은 배우자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권리도 생겼다.
이탈리아에서는 과거에도 동성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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