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성사시킨 배경에는 일본의 계획적이고 집요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목표를 이룬 일본은 조심스런 분위기지만, 미국에선 역풍이 거셉니다.
엄해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2009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
일본은 이때부터 히로시마를 부각하며 미국 대통령의 첫 방문이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된 건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
케네디 대사는 20살 때 히로시마를 방문한 적이 있고, 오바마와 핫라인을 가진 최측근입니다.
▶ 인터뷰 : 캐롤라인 케네디 / 주일 미국 대사 (지난 2013년)
- "히로시마에 와서 더 나은,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일본은 케네디 대사를 통해 사과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해 미국 정부의 부담을 덜어줬습니다.
이렇게 성사된 존 케리 국무장관의 히로시마방문에서 국무장관은 깊은 감동을 받았고,
▶ 인터뷰 : 존 케리 / 미국 국무장관 (지난 4월)
- "인간의 감성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속을 울렁거리게 하는 곳입니다."
미국으로 돌아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에 힘을 실어준 겁니다.
목표를 달성한 일본은 대략적인 방문 일정만 보도하며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미국은 역풍이 거셉니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이번 방문이 큰 실수"라고 지적했고, 새뮤얼스 MIT 교수는 "전쟁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일본 우익들에게 악용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백악관은 히로시마에서 중대 발표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고 나섰지만, 대선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엄해림입니다. [ umji@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