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문자 그대로 내 말을 먹겠다(eat my words)”고 공언했던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가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이 확실해지자 약속을 지켰다.
WP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칼럼니스트 더너 밀뱅크가 신문지로 만든 ‘9코스 특제 요리’를 먹는 모습을 1시간 14분동안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이 기상천외한 식사의 발단은 지난해 10월 밀뱅크가 쓴 기명 칼럼이다. 밀뱅크는 칼럼에서 “트럼프는 질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난 이 칼럼을 먹겠다. 문자 그대로다. 트럼프가 지명되면 이 칼럼이 인쇄된 페이지를 먹겠다”라고 말했다.
영어에서는 ‘말을 먹는다’(eat ones’s words)라는 표현이 앞서 한 말을 취소한다는 뜻인데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 트럼프가 지명되면 자신의 말이 실린 지면을 먹겠다고 큰소리를 친 것이다.
밀뱅크는 당시 “내가 이렇게 확신을 갖는 이유는 미국인들이 트럼프보다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밀뱅크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독자들에게 신문으로 만들 요리 레시피를 제보해달라고 부탁했고 각국 독자들로부터 기발한 종이 요리 레시피가 날아들었다. 이를 기반으로 워싱턴D.C.의 음식점 델캄포의 헤드셰프인 빅토르 알비수가 그럴싸한 9코스 요리를 만들었고, 밀뱅크는 이날 여유롭게 이를 즐기는 모습을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한 것이다.
신문을 잘게 다져 만두와 중동요리 팔라펠에 넣기도 하고, 잘 갈아서 스테이크에 곁들일 ‘치미추리(허브와 올리브유 등을 섞어 만든 아르헨티나 스테이크 소스)’에 넣기도 했다. 검은 잉크색의 소스를 세비체(중남미 해산물 요리)에 뿌리기도 하고, 트럼프가 최근 히스패닉의 환심을 사기 위해 먹은 멕시코 요리인 타코볼에 곁들이는 과카몰레(아보카도로
종이 요리와 함께 트럼프 소유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트럼프표 와인도 함께 마셨다.
그는 “전혀 고통스럽지 않았다. 무엇보다 앞으로 6개월간 겪을 고통과는 비교가 안된다”며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지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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