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달콤한 독약’ 설탕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꺼내 들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식품에 표시된 영양성분표시에서 과다섭취시 인체에 유해한 첨가당을 별도로 표시하고 하루 필요량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지 의무적으로 표시토록 한 것이다. 최근 영국서 설탕에 대해 ‘설탕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이은 ‘단맛과의 전쟁’이다. 콜라, 초컬릿바, 에너지 음료 등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이며, 동일한 양식의 영양성분 표시를 채용하고 있는 한국 역시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식품의약국(FDA)이 오는 7월26일부터 유통 식품 뒷면에 의무적으로 표시되는 영양성분표에서 과다섭취시 신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성분의 섭취량과 표시를 소비자들이 보다 알기 쉽도록 고칠 예정이다.
핵심내용은 식품에 설탕·시럽·인공꿀 등 첨가당(added sugar)이 얼마나 들어있고 그 양이 하루 권장량의 몇 %에 해당하는지를 표시토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단맛을 내는 당류를 표기해도 천연당과 첨가당 구분없이 총량만 적혀있다.
첨가당이란 원래 식품에 들어가 있는 당류외에 제조과정에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당을 말한다. 음식을 만들 때 설탕을 넣거나 음류수에 들어가는 시럽 등이 대표적이다. 첨가당은 오래전부터 심혈관 질환 및 비만 위험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현행 영양성분표시에는 지방과 나트륨, 칼로리 등을 표시하게 돼 있고 설탕은 표시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이처럼 첨가당에 따른 칼로리 습득량은 새로 표기되는 반면 현재 표시하고 있는 ‘지방 섭취에 따른 칼로리(calories from fat)’ 항목은 없어진다. 이는 지방 섭취 자체보다 칼로리 섭취량과 당분 섭취량이 비만과 심장병 등 만성질환의 주 원인이라는 최근 연구결과들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WSJ는 “설탕에 대한 섭취시 경고수준을 트랜스지방과 나트륨 수준으로 ‘확’ 높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 역시 미국 FDA기준을 준용해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제도가 달라질 경우 이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설탕에 대해 칼을 빼내 든 것은 미국인의 설탕 섭취량이 권장량을 초과하면서 비만 등 만성질환을 일으키며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FDA 연구 결과 미국인은 평균 하루 섭취 칼로리의 약 13%를 첨가당에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첨가당 섭취로 인한 칼로리가 전체 섭취 칼로리의 10%를 넘길 경우 하루 총 칼로리 섭취 허용 기준인 2000칼로리 이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카콜라·에너지드링크 등 음료수 제조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설탕 함유량을 보다 정확히 알게 되면 소비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란 진단이다. 예를 들어 566그램(약 591cc) 코카콜라 1병에는 하루 권장 섭취량(50그램)의 무려 130%에 해당하는 설탕이 첨가된다. 파스타 소스와 같은 조리 음식에도 하루 권장 섭취량의 10%에 해당하는 설탕을 함유하고 있다.
그간 식품업계는 첨가당 표시에 강력하게 반발해 왔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식품업계가 그간 제품에 설탕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표기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더 많은 당과 칼로리를 섭취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왔다.
WSJ는 “이번 조치는 지난 1994년 영양표시성분 제도가 시행되고 2006년 심장병을 유발하는 트랜스 지방 함유량을 표시하도록 개정한 이후 가장 큰 변화”라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미셸 오바마 여사를 중심으로 수년간 비만퇴치 캠페인을 전개해온 끝에 이번 조치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는 7월 시행 이후 향후 2년간은 권장사항이지만 2018년 하반기부터는 의무화된다.
‘단맛과의 전쟁’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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