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6월 미 금리인상론’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불과 1주일 전인 16일만해도 시장에서 전망하는 6월 금리인상 확률은 4%에 불과했다. 사실상 6월 인상 가능성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지난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의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릴레이식’ 6월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급기야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내 대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에릭 로젠그렌 미국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까지 조기 인상론 대열에 합류, 6~7월 기준금리 추가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다. 로젠그렌 총재는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하면서 “연준이 정한 (금리인상) 요건이 현재로선 거의 충족되기 직전”이라며 “내가 더욱 자신을 갖는 이유는 최근 미국 경제가 더 좋은 거기경제 지표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로젠그렌 총재는 “지난 3월 FOMC 이후 두달간 경제·금융지표가 긍정적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긴축통화정책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6월 금리 인상 조건으로 미 경제가 2분기에 추가 호조세를 보여주고, 고용여건이 더욱 개선되며, 물가상승률도 연준 목표인 2%선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3가지를 제시했다. 로젠그렌 총재는 이러한 요건을 언급하면서 금리인상 상황이 무르익었다고 밝힌 것이다.
내달 23일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뜻함) 국민투표가 6월 FOMC(14~15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로젠그렌 총재는 시장에 큰 불안을 초래하지 않는 한 미국 통화정책 기조를 바꿔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답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2번 혹은 3번의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도 고용시장과 인플레이션 지표 등이 연준 목표치에 점차 부합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또 “연준은 대선이 있던 해에도 행동(금리인상)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입증해왔고 우리는 다시 한 번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기간에 긴축을 자제하라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연준은 선거가 열렸던 1984년, 1988년, 2000년, 2004년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윌리엄스 총재는 올해 FOMC 투표권이 없지만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로 재직할 당시 조사국장으로서 옐런 의장과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왔다.
4월 FOMC 회의록 공개와 지역 연은 총재들의 잇딴 조기 금리인상론이 시장을 강타하면서 조기 금리인상 기대감은 부쩍 높아졌다. FT가 최근 53명의 주요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오는 6월 혹은 7월에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6~7월이 아닌 9월에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 응답자는 36%에 달했다.
작년 12월 이후 주춤했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6월에 재개되면 달러는 강세 기조로 전환되고 원유 등 원자재값의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로 결제되는 원유 거래 특성상 달러 강세는 대개 국제유가 상승의 악재로 작용한다. 원유 수입국들의 원유 수요 위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모처럼 상승세를 이어가던 원유값이 연준발 금리인상 악재로 꺾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달러 강세는 신흥국 통화 약세를 초래해 신흥국 시장의 자본 유출을 촉발할 여지가 있다.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이 자칫 자본유출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주식·채권값 하락을 피할 수 없다. 가뜩이나 국내 경제 여건이 취약한 신흥국들은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로존과 일본이 초저금리 통화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나홀로’ 금리인상은 경제권역간 금리격차를 키워 시장 변동성을 한층 키우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수출 저하 문제도 연준이 고민해야할 문제다. 다만 금리인상은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에 목말라있는 미 금융기관들에게 ‘가뭄 속 단비’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주에 6월 금리인상론이 부쩍 부상하면서 미 국채금리는 이미 껑충 뛰었다. 미 기준금리 변동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지난주 13bp(1bp=0.01%포인트)나 오른 0.88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단위 상승폭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펀드매니저들의 반응을 취합해 연준이 6월 금리인상을 단행하더라도 증시나 채권시장의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 강세가 다소 진정됐고 원유가격이 올해 저점 대비 82%나 오른게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제 월가의 시선은 6월 14~15일 FOMC 회의에 앞서 진행되는 옐런 의장의 두차례 연설에 쏠리고 있다. 그는 오는 27일 하버드대에서 연설을 하며 내달 6일에도 필라델피아 국제문제협의회(WAC)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차기 인상 시점에 대한 힌트를 주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데이비드 도너베디언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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