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삼성이 특허 11건 침해했다"…美·中 양국서 손배소 제기

스마트폰을 비롯해 통신장비 등을 제조하는 중국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 법원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 중국본사는 25일 “삼성 스마트폰 일부 통신기술이 화웨이 특허를 침해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앞서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화웨이는 4세대 이동통신 업계 표준과 관련된 특허 11건을 삼성전자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중국본사가 위치한 선전시 인민법원에도 삼성에 대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에 대해 특허를 문제 삼아 법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적재산권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중국 기업이 특허기술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화웨이 지식재산권담당부는 성명을 통해 “삼성이 화웨이의 연구개발과 지식재산의 성과물을 존중하고 특허침해 행위를 중단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주장하는 손해배상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소장에는 삼성 제품에 대한 미국 내 판매금치 가처분 신청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스마트폰 등 분야에서 중국 최대 기업으로, 지난해 71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매년 매출액의 약 10~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특허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측은 특허관리를 담당하는 지식재산권(IP)센터를 중심으로 화웨이 소송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안승호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은 이날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 소송에 대한 대응방안과 관련한 질문에 “그쪽(화웨이)에서 그렇게 나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맞소송이든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특허기술 보호보다는 삼성과의 경쟁구도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공개적으로 ‘타도 삼성’을 외치며 삼성과 스마트폰 경쟁을 벌여온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내 판매량에서 삼성을 앞질렀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는 삼성, 애플에 이어 3위다. 중국 시장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이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