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PC제조업체 레노버(중국명 롄샹)이 전세계적인 PC수요 감소로 7년만에 적자를 냈다. 레노버는 2015년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3월) 실적보고서를 통해 1억2800만달러(1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26일 발표했다. 지난해만 해도 10억달러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는듯했지만 1년만에 수익성이 급전직하했다. 이전 3년간 연평균 15% 이상 증가했던 매출도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레노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3% 감소한 449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른 PC수요 급감 영향이 가장 컸다. 총매출의 66%를 차지하는 레노버 PC 판매가 전년동기와 비교해 11%나 큰폭 감소한게 치명타가 됐다. 올들어서도 PC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시가관 가트너에 따르면 1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6480만대로 지난 2007년 이후 9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레노버의 PC 출하량은 1년 전보다 8.5% 줄었다. 스마트폰 사업 부진도 실적악화에 기름을 부었다. 레노버는 지난 2014년 모토롤라를 28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스마트폰 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취약하다. 지난해 74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삼성과 화웨이, 애플에 이어 세계 4위까지 치고 올라왔지만 대부분 저가모델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 프리미엄폰 비중은 다른 브랜드에 비해 훨씬 낮다. 실적보고서에 기록된 일회성 비용 3억2700만달러 대부분은 스마트폰 재고 상각비용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메이주, 비보 등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중국 경쟁브랜드 점유율이 오르고 있어 레노버 스마트폰 사업 전망은 PC사업만큼이나 암울하다는 시장진단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의 제임스 얀 리서치디렉터는 “모토롤라 인수가 장기적으로 레노버 스마트폰 경쟁력을 높여줄수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업 양대축이 모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는 26일 “스마트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판매망을 확대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올해는 PC와 데이터 센터, 스마트폰 분야에서 성장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노버는 지난해 하반기 실적악화에 대비, 직원 3200명을 구조조정한 바 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