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선언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의 히스패닉 판사에 대한 비난 역풍이 교차하면서 클린턴과 트럼프 지지율 추세가 역전됐다. 상승세를 구가하던 트럼프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클린턴 지지율은 본격적인 상승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 보수성향 폭스뉴스는 지난 5~8일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클린턴이 42% 지지율을 얻어 39%에 그친 트럼프를 앞섰다고 밝혔다. 여전히 오차범위내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지난 달 14~17일 조사에서 45%를 기록했던 트럼프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은 것은 히스패닉 판사를 향한 비난이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라는 분위기가 급격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6∼10일)에서는 클린턴이 46%, 트럼프가 35% 지지율 보여 격차가 1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클린턴은 가장 큰 원군으로 꼽히는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진보 아이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의 지지 선언과 샌더스 의원의 협력 약속에 이어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 지지도 확보했다. 잭슨 목사는 11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도시를 재건하고 실업률을 낮추며 총기 폭력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이자 최선의 희망”이라며 “힐러리가 의료 제도를 손질하고 가난한 자와 인권을 위해 기꺼이 싸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샌더스를 지지했던 30대 미만의 젊은 유권자들이 클린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 앞으로 클린턴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좌충우돌하고 있는 트럼프는 지지세력을 확장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화당 1인자’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조차 멕시코계 연방판사 비난 발언을 포함해 트럼프의 각종 인종차별 언급을 비판하고 있다.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과 이번 경선에서 탈락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부시 일가는 트럼프 지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2012년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트럼프가 인종주의와 편견, 여성 혐오를 사회 저변에 확산시킬 것”이라며 자유당 게리 존슨 후보 지지 가능성을 공식화한 상태다. 공화당 전략가로 불리는 존 피헤리는 의회전문지 더 힐에 “진짜로 큰 문제”라며 “현재로서 트럼프 대리인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 장녀 이반카 등 가족들 정도”라고 꼬집었다. 공화당의 자금줄 역할을 해 온 인사들도 트럼프를 등지고 있다. 공화당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화당 최대 돈줄이자 골수지자인 석유재벌 찰스(80)·데이비드(76) 코크 형제는 트럼프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정식선출하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 자금을 후원하지 않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트럼프에 대한 반대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공화당에 상당한 충격파로 다가설 것이라는 진단이다. 공화당 지지자인 메그 휘트먼(59·여)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도 도널드 트럼프를 맹비난하면서 클린턴 지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휘트먼은 유타 파크시티에서 비공개로 열린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주최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독재자인 히틀러와 무솔리니에 비유했다. 트럼프 진영은 경선기간중 재미를 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모두를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for everyone)’로 변경했다. 여성, 히스패닉, 무슬림 등에 대한 막말로 지지도에 타격을 입었다고 판단해 통합 행보 필요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힐러리 이메일 게이트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힐러리 전 국무장관은 보안 등급이 낮은 시스템을 통해 1급 비밀인 파키스탄 드론(무인기) 공습 계획을 개인 이메일로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전했다. WSJ
[뉴욕 = 황인혁 기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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