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지냐” 빌 게이츠 ‘닭 기부’에 뿔난 볼리비아

빌 게이츠가 빈곤 퇴치를 위해 기부하기로 한 10만 마리의 닭을 볼리비아 정부가 거부했다.
중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는 16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정부가 빌 게이츠의 기부 계획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그가 보내는 닭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근 자선재단 ‘하이퍼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와 볼리비아 등 20개 개발도상국에 닭 10만 마리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빈곤층이 닭을 키우면 달걀을 얻고, 이를 식량으로 활용하거나 닭 판매를 통해 새로운 이윤을 얻길 바라는 취지에서다. 게이츠는 닭을 기르고 파는 것이 가난에서 벗어나는데 효과적이고 좋은 투자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세사르 코카리코 농촌·토지 개발부 장관은 “게이츠의 기부 계획은 무례한 일”이라며 “게이츠는 볼리비아의 현실을 모르고 있으며, 제국(미국)에 있는 일부 사람은 우리를 여전히 거지로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코카리코 장관은 “그(게이츠)는 우리가 정글 속에서 생산방법을 모른 채 500년 전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볼리비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게이츠가 상황을 더 잘 알게 되면 우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볼리비아 정부에 따르면 볼리비아는 연간 1억9700만 마리의 닭을 생산해 3600만 마리를 수출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6년 1200달러(141만 원)에서 2015년 3119달러(367만 원)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볼리비아가 올해 3.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 남미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한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