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스페인 총선에서 반(反) 기치를 내건 급진좌파 포데모스가 선전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중도우파 국민당(PP)과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스페인 민심은 신생정당의 득세로 인한 불안정성보다는 정치·경제적 안정을 택한 것이다.
26일(현지시각) 실시된 스페인 총선 개표 완료 결과 중도 우파 집권 국민당(PP)이 득표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PP역시 과반 의석인 176석에 미치지 못하는 137석을 확보했다. PP에 이어 중도 좌파 사회노동당(PSOE)이 85석, 긴축 정책을 반대하는 극좌 정당인 포데모스와 좌파연합(IU)이 71석, 친EU 신생 정당인 시우다다노스가 32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브렉시트 이후 3일 만에 벌어진 스페인 총선 결과는 의미심장하다. 작년 12월 총선 결과와 비교해 국민당은 지난해 12월 총선(123석) 때보다 14석 늘었다. 반 긴축, 반 EU 정책으로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포데모스는 이날 현지 공영방송인 TVE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 때까지만 해도, 91∼95석을 확보해 81∼85석에 그친 사회노동당을 제치고 제2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총선 결과는 예측보다 100만표 이상 줄었고, 득표율도 1위 국민당에 비해 10%p이상 뒤져 여론조사 때 국민당을 3~4%p차로 추격하던 기세를 잃었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는 결과가 발표되자 “만족스럽지 못하다. 우리는 다르게 기대하고 있었다”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포데모스가 예상 외로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을 둘러싸고 스페인 재선에 대한 브렉시트 투표 영향은 적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사흘 후 치러진 재선거에서 스페인 유권자들의 민심은 영국의 반 EU 민심에 편승하기보다 친 EU 쪽으로 갔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브렉시트 발 ‘쇼크’가 스페인 유권자들로 하여금 오래간 집권한 여당을 고수하고 급진적인 공약을 내건 포데모스를 외면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포데모스는 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 부패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2011년 ‘분노한 사람들’( 시위를 벌인 뒤 만든 정당으로, 작년 12월 총선에서 약진하며 PP와 PSOE의 30여년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는 스페인의 은행 구제금융 채무 경감을 위한 국제채권단과 재협상을 주장하고 반부패와 긴축반대를 내세웠다.
국민당은 선거 운동 내내, 특히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완료된 직후 포데모스를 겨냥해 스페인에는 급진적인 정책이 아닌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민심을 다잡았다.
한편 어떤 정당도 단독 정부 구성에 필요한 의석(176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스페인은 또다시 힘겨운 연정 구성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제까지 연정을 구성했던 경험이 없는 스페인은 지난 12월 총선 후 4개월이 넘는 지루한 연정 구성 협상 끝에 결국 결렬을 선언하고 다시 총선을 치러야만 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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