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렉시트/사진=연합뉴스 |
영국이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뒤 안팎으로 역풍을 맞자 2014년 이민 제한법(반이민법)을 국민투표로 통과시킨 스위스에서도 법안 수정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주간지 존탁스 차이퉁이 3일(현지시간)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2014년 국민투표에서 가결된 반이민법을 의회의 다수가 반대하고 있으며 비공개로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하자 다른 언론들도 앞다퉈 계속 수정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당시 50.34%의 찬성으로 통과된 반이민법은 할당제, 상한제를 적용해 EU 국가 국민의 스위스 유입을 막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예기간을 3년 둔 이 법안은 내년 2월 시행해야 하지만 EU 협정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EU 시민권자의 취업 이민 입국 상한선을 정하려면 시행 전 EU와 협정을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위스는 2007년 EU와 협정으로 EU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해왔습니다.
스위스 정부는 올해 EU와 협상 테이블을 차리려고 했지만 브렉시트가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진척을 못 봤습니다.
스위스는 그동안 전면적인 이민규제로는 EU와 협상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지역별, 업종별 단서 조항을 둔 협상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뒤 EU가 오히려 영국에 빨리 떠나라고 압박하고 기업들이 영국을 빠져나가려는 상황에까지 이르자 스위스가 협상에서 불리한 처지가 됐습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지난달 30일 스위스 공영방송 SRF 인터뷰에서 "EU와 스위스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4년 2월 국민투표 당시 2만표 차이로 가부가 갈렸지만 이후 여론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올 2월 1천509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3분의 2가 EU 양자협정이 이민규제보다 더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반이민법 수정·후퇴 여론이 높아지면서 스위스 정부는 EU 협상에서 유연하게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타게 됐지만 반이민법을 발의했던 극우 국민당(SVP)은 EU 협정을 파기하자는 과격한 제안까지 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고립주의를 이끌었던 크리스토프 블로허 전 국민당 당수는 "쿼터제나 상한제 등 강력한 이민규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EU 협정을 무효로 하는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알베르트 뢰스티 국민당
영국에서 브렉시트 결과를 놓고 기업들이 무효 소송을 내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투표 결과를 EU 협정과 조화시켜야 하는 스위스 정부는 영국보다 먼저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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