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 여성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남자친구가 경찰 총격에 사망하는 현장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하면서 경찰의 과잉 공권력 사용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CB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미네소타주 세인트폴 팔콘 하이츠에서 필랜도 캐스틸(32)이라는 흑인 남성이 교통 검문 중 경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캐스틸은 이날 미등이 나간 채로 운전하던 중 경찰의 지시에 따라 차를 길가 한쪽에 대고 검문을 대기하고 있었다. 당시 차에는 여자친구인 라비시 레이놀즈와 그녀의 딸 다이아몬드 레이놀즈가 타고 있었다. 캐스틸은 차량 바깥에 서 있던 경찰에게 자신이 총을 소지하고 있음을 알리고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려 하던 중 경찰이 총 네 발을 발포했다.
차량에 동승한 여자친구 레이놀즈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캐스틸이 피를 흘려 의식을 잃어가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생중계된 동영상에는 레이놀즈가 “경관이 특별한 이유 없이 내 남자 친구를 죽였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레이놀즈의 딸인 다이아몬드 레이놀즈는 “무서워요 엄마”라고 울부짖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이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봤고 영상을 21만회이상 공유했다. 해당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경고-자극적인 동영상’이라는 문구가 달린 채 계속 게재돼 있다.
캐스틸의 모친인 발레리 캐스틸은 “우리 흑인들은 날마다 사냥의 제물이 되고 있다”며 “미국 흑인 전체를 향한 침묵의 전쟁”이라고 분개했다. 이어 “사회 지도자들이 이 사건에 개입해 책임자를 처벌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최대 흑인 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미네소타 지부장인 네키마 레비 파운즈도 “살인을 정당화하는 법이나 정책에 정말 신물이 난다”며 “도저히 이런 일을 더는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존 맹세스 세인트 앤서니 시 임시 경찰서장은 “총격을 가한 경관은 5년 차 이상의 베테랑이고 또 다른 한 명의 경관이 지원에 가세했다”며 “통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건에 연루된 경관 두 명 중 한 명이 현재 직무정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경관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 총격으로 인한 캐스틸의 사망 소식이 미네소타 지역 언론들과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면서 약 200명의 시위대가 사건 현장과 미네소타 주지사 관저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캐스틸의 이름과 함께 “일어나” “평화와 정의” 등의 구호를 외쳤다.
[디지털뉴스국 홍두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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