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적인 인종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국이 일부 국가로부터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되는 굴욕을 겪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중동의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 그리고 카리브해 국가 바하마가 자국 국민들에게 미국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는 경찰 공권력 남용에 대한 항의 시위가 수시로 폭력사태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자제나 여행 권고는 분쟁이나 테러 위험이 높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에 대해 미국 정부가 주로 발표해 온 것이다. 주미 UAE 대사관은 이날 자국민들에게 “안전을 위해 미국에서 시위가 진행중이거나 계획된 도시를 방문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주미 바레인 대사관도 지난 9일, 비슷한 내용의 공지를 발표했다. 특히 국민의 대다수가 흑인인 바하마 외교부는 지난 8일 “시위와 관련된 도시에서 특히 젊은 남성들은 경관과 의사소통을 할 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흑백갈등 시위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스페인 방문 일정을 하루 단축해 10일 급거 귀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2일 경찰 저격사건이 발생한 텍사스 댈러스를 방문해 사태 수습에 나선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이 롤링스 시장의 초청으로 12일 댈러스를 방문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모튼 H.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에서 열리는 종파를 초월한 추모식에서 연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흑인 총격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는 갈수록 과격양상을 띄며 확산되고 있다. 흑인 사망사건이 발생했던 미네소타주 세인트폴과 루이지애나주 배턴 루지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애틀랜타, 마이애미 등지에서 주말 내내 시위가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200여명이 체포되고 수십명의 경찰이 부상했다. 특히 세인트폴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과 유리병, 폭죽 등을 던지며 과격시위를 이끌었고 경찰은 연막탄을 동원해 강제해산을 시도했다. 배턴 루지에서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이끄는 저명 운동가 디레이 매케손을 포함해 125명이 체포됐다. 텍사스 샌안토니오 경찰본부는 건물 외벽에 총탄세례를 받기로 했다.
경찰 저격사건을 수사 중인 텍사스 댈러스 경찰은 “사망한 저격범 마키아 존슨이 훨씬 크고 광범위한 공격을 계획했었다”며 “자택에서 발견된 폭발물 양은 댈러스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댈러스 경찰은 또 존슨이 ‘흑인방어연맹’ 또는 ‘신 블랙팬더당’ 등 일부 흑인 과격단체와 연계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 단체들의 지령을 받고 범행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존슨이 사망 직전 ‘R.B.’를 혈서로 남겼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이 저격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속에서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댈러스의 흑인 경찰서장 데이비드 브라운의 인생역정이 관심을 끌고 있다. 브라운 서장은 흑인 빈민가에서 자라나 경찰서장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친동생이 마약거래상에게 살해되고 6년 전에는 자신의 아들이 환각상태에서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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