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을 내린 뒤 미중간 갈등의 파고가 높아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이 남중국해 해상대치를 넘어 통상 등 경제분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확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우선 올해 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15주년을 맞아 중국에 시장경제국가 지위를 부여할 지 여부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팽팽하게 맞설 태세다. 중국은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시장경제국가 지위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강하게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과 자국 기업에 대한 불법 보조금 지급 등을 이유로 시장경제국가 지위 인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또 미국은 이번 남중국해 판결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통상압박을 강화해 왔다. 미국 무역위원회(USITC)는 지난 달 중국산 냉연강판업체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불법 보조금을 받았고 덤핑 형태로 미국에 수출했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500%가 넘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미국 행정부는 또 지난 달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북한 등 제재대상 국가와 거래한 혐의를 잡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3월에는 중국 기업 ZTE에 대해 미국에서 규제하는 품목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미국 기업이 부품이나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웠다. 중국이 거듭되는 위안화 평가절하로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데 대해 미국은 중국 정부를 향해 ‘환율 조작’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중국을 환율조작 관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지난 달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선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업종을 예로 들며 중국의 과잉 생산이 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압박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참여하는 일본과 일부 아세안 국가들이 중국에 반기를 들면서 RCEP 협상 차질도 예상된다.
남중국해 판결후 중국은 격양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 웹사이트가 중국 해커들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동방일보는 남중국해 판결이 내려진 1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직후 저녁까지 해외에서 PCA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Error 403’이란 표시가 뜬 채 접속되지 않았다고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를 중국 해커의 공격에 따른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선 필리핀산 망고와 견과류 제품을 판매하는 일부 업체가 ‘필리핀 제압’과 같은 구호를 게시한 채 필리핀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CCTV와 환구시보 등 관영매체들이 PCA와 미국을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내며 성난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이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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