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 맨해튼 56~57가와 파크애비뉴 사이에 위치한 ‘432파크애비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高)의 초호화 아파트로 맨해튼 스카이라인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 곳에 산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146가구 중 일부 가구가 최근 입주하면서 베일을 벗은 432파크애비뉴를 23일(현지시간) 1시간 가량 단독 투어했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단숨에 도착한 곳은 73층. 가로·세로 3m의 탁 트인 창문을 통해 본 뉴욕의 전경은 황홀 그 자체다. 초고층건물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을 비롯해 맨해튼 마천루를 아래로 내려보면서 웬지 모를 우월감이 샘솟는다. 마치 구름에 떠 있는 기분이다. 북으로는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센트럴파크가 내 집 안 마당처럼 펼쳐진다.
432파크애비뉴의 높이는 426m. 뉴욕타임스매거진에 따르면 원월드트레이드센터(541m)에 이어 맨해튼에서 두번째로 높고 상업시설이 아닌 주거전용빌딩(한국의 아파트처럼 주거용 콘도로만 구성돼 있음)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맨해튼 센트럴파크타워(472m·2019년 예정) 등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그렇다.
젓가락 모양의 긴 직사각형 외형으로 화제를 모은 432파크애비뉴는 ‘단순한 디자인의 극치’라는 반응과 함께 ‘너무 마르고 볼품없는 외관’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가로·세로 28미터에 불과한 건물이 어떻게 426m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초강력 콘크리트와 내풍 설계로 같은 폭의 건물 강도가 예전보다 15배 강해졌고 이로 인해 연필과 같은 디자인의 건물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정사각형 건물 면적을 반으로 나눠 한층당 ‘동편’과 ‘서편’형 콘도가 각각 1개씩 있는게 기본 모델이다. 침실 3개, 욕실 4개, 거실과 주방, 서재, 다목적룸 등으로 구성돼 있는 372㎡(약 112평) 크기다. 침실은 생각보다 작았지만 대형 창문으로 맨해튼 전경을 접할 수 있어 답답한 느낌이 안든다.
38층에 위치한 모델하우스와 73층 콘도를 비교해보니 전망이 ‘하늘과 땅’ 차이다. 이 건물의 최대 투자자인 미 사모펀드 CIM그룹의 데번 맥코클 부사장은 “63층부터 센트럴파크와 맨해튼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독보적인 조망권을 누릴 수 있어 가격 차이가 크게 난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36층 콘도는 1750만달러(204억원)이고, 87층은 3800만달러(443억원)로 가격이 무려 배 이상 차이난다. 콘도의 크기는 같은데 ‘맨해튼을 내려다보는 조망권’이 240억원이라는 엄청난 가격 차를 결정하는 셈이다.
펜트하우스는 어떨까. 432파크애비뉴는 88층부터 96층까지 총 12개의 펜트하우스가 있고 아직 공사중이다. 96층 꼭대기층에 위치한 최고가 펜트하우스는 무려 9500만달러(1107억원)에 달한다. 맥코클 부사장은 “올해 초 기준으로 75%가 팔렸다”면서 펜트하우스 등 미분양 가구 판매를 위해 86층에 모델하우스를 추가로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본형과 펜트하우스 외에도 40가구의 스튜디오형 콘도가 있다.
12층에는 비즈니스클럽과 레스토랑이, 14층에는 18석 규모의 소형극장, 텔레컨퍼런스 회의실, 헬스클럽, 당구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맨해튼에서 사업을 벌이는 ‘슈퍼리치’ 비즈니스맨들의 수요를 감안한 시설들이다. 16층에는 2개 레인 규모의 수영장과 샤워실, 마사지 테라피룸이 있어 일류호텔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432파크애비뉴의 콘도를 매입한 투자자들의 약 절반이 미국인이고 나머지 절반은 중동, 중국, 러시아, 영국, 호주, 필리핀 등 세계 각지의 슈퍼리치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익명성을 살리기 위해 유한책임회사(LLC) 형태로 등기를 한다. 일부는 자금 회피·절세 목적의 은둔형 투자자인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432파크애비뉴의 총 사업비는 13억달러(1조5145억원). 세계에서 100번째로 지어진 ‘슈퍼 톨’(Super tall·높이 300m 이상의 건물을 지칭함)로 알려지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맨해튼 부동산 불패신화’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영국 부동산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확산되는 등 부동산시장 리스크가 최근 부각되고 있지만 맨해튼 상업용 부동산은 예외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월가 금융기관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마지막에 무너질 부동산시장이 맨해튼이라는 게 괜한 얘기가 아니다”며 “고급형 콘도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럭셔리 초고층빌딩에 대한 투자 수요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초저금리 유동성 영향으로 가격이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맨해튼에만 20여개 초고층 주거용빌딩이 건설중이거나 설계 단계에 있어 물량 공급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우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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