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을 부통령 후보로 확정했다. 힐러리는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올랜도 총격테러 현장을 방문한 뒤 마이애미 플로리다 국제대학에서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케인 상원의원과 첫 공동 유세에 나섰다. 힐러리는 이날 유세에서 “케인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와 부통령 지명자 마이크 펜스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사람”이라며 “일을 좋아하고 여·야를 넘나들며 진보적인 대의에 헌신해 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케인은 스페인어로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한 후 “힐러리는 ‘당신은 고용됐어요(You’re hired)’라고 말할 사람이지만 트럼프는 ‘당신 해고야(You’re fired)’라고 말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1958년생 미네소타 세인트 폴 출신인 케인 상원의원은 젊었을때 온두라스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익힌 스페인어가 유창한 가톨릭교도로 백인 노동자 집안에서 성장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트럼프 지지층인 저소득 백인 지지를 끌어올 수 있는 인물로 풀이된다. 힐러리가 갖지 못한 신뢰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어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케인이 대선 경합지역 중 한곳인 버지니아에서 한번도 낙선한 적이 없다는 점도 발탁 배경이 됐다는 진단이다. 케인은 이날 유세에서도 “공화당을 지지하는 전미총기협회(NRA)가 버지니아에 있지만 나는 한번도 선거에 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후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케인 의원은 교사와 철강 노동자의 아들로 노동자 가정이 늘 그의 정신 속에 존재한다”며 “진정한 진보주의자로서 위대한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케인 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이 첫 대선에 나선 2008년에도 그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바 있다.
다만 케인은 오랜 정치경력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고 외교·교육·사법 등의 분야에서 중도주의적 관점을 고수해 다소 지루하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케인의 중도성향이 진보적인 버니 샌더스의 지지층을 껴안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힐러리가 이처럼 튀지 않는 무난한 인물 케인을 런닝메이트로 삼은것과 관련, 미국 언론들은 힐러리가 대선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른 지치층을 끌어들이기위해 무리하게 튀는 인물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현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하에 무난한 케인을 부통령 지명자로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25~28일 나흘간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힐러리를 미국 주요 정당 역사상 첫 여성 후보로 선출하고 ‘첫 여성 대통령 만들기’ 시동을 본격적으로 건다. 미국 역사상 여성 대통령은 물론 여성 부통령이 선출된적은 한번도 없었다. 힐러리는 여성 유권자들을 향해 “미국 민주주의가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일 때가 됐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힐러리는 26일 주별 공개투표를 통해 후보로 최종 확정되고 전당대회 마지막날인 28일 마지막 날 연사로 등장해 후보 수락연설을 한다.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첫 부부 대통령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전당대회에는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부통령, 빌 클린턴과 딸 첼시 클린턴은 물론 힐러리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와 진보의 여성 아이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총출동해 지지연설을 한다.
전당대회를 통해 이메일 스캔들로 대표되는 힐러리의 ‘부정적, 불신’ 이미지를 불식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국무장관 재직 중 기밀로 분류될 만한 내용을 개인 이메일 계정으로 주고받은 이메일 스캔들로 힐러리는 경선 기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전당대회에는 4765명의 민주당 대의원이 참석하고 국내외 인사 5만여명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강력한 총기 규제를 원하는 미국 국민이 역대 최대치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총기 규제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AP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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