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MBN |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서 미국과 필리핀 편에 서 있다는 의심을 받는 화교 중심의 도시국가 싱가포르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저명 국제전략 전문가로 예비역 중국군 소장인 진이난(金一南) 중국 인민해방군 국방대 전략연구소 소장은 "싱가포르가 중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 대가를 물어 보복, 또는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가 지난달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비동맹회의 정상회의 폐막 성명 채택과정에서 남중국해 중재판결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는 중국 환구시보의 보도를 계기로 싱가포르 주중대사와 환구시보 편집장간에 공개설전이 벌어진 직후의 이런 발언이 나왔습니다.
진 소장은 관영 라디오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싱가포르가 미국에 남중국해 전략에 대해 조언하고 미중 양국간 대립을 격화시키며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드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싱가포르에 반격을 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반싱가포르 여론을 조장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 싱가포르가 너무 멀리 나갔기 때문에 보복이나 제재 같은 수단을 통해 중국의 불만을 확실히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연례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대화)에 지난 2년간 중국 측 대표로 참석해온 인물입니다.
그는 싱가포르가 남중국해 문제를 국제 현안으로 부각하는 데 개입했다는 사례들을 제시했습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6월 샹그릴라 대화 연설의 대부분을 남중국해 문제에 할애하며 샹그릴라 대화의 주요 논의 주제로 만드는데 핵심 역할을 맡았다는 것입니다.
진 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3월 서거한 고(故)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도 비난했습니다. 리 전 총리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을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으로 바꾸도록 충고했다는 것입니다.
진 소장은 리셴룽 총리가 이미 중국의 신임을 잃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싱가포르가 대국 사이에서 생존해야 한다는 것을 중국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채 대국들이 서로 대립하도록 부추기며 불을 지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싱가포르 창이 해군기지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미국이 싱가포르를 아시아·태평양에서 일본, 호주에 이은 미 해군의 제3 정박지라고 일컫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 교수는 싱가포르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킬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며 창이항을 미 해군에 개방함으로써 싱가포르는 중국의 석유 수입항로에서 미군의 개입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싱가포르는 자국이 비동맹 국가이고 창이 해군기지가 개방 항이라고 주장하지만 왜 중국 해군은 이곳에 초청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 사이에서도 점차 싱가포르 때리기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관찰자망은 최근 '쯔정'(子政)이라는 필명의 시사평론을 통해 "남중국해 문제의 이슈가 그동안 미국과 일본에서 시작됐는데 최근에는 싱가포르가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8일 일본을 방문한 리셴룽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고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관찰자망은 "싱가포르는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국도 아니면서 시비를 조장하고 다른 국가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심지어 극단적인 모습으로 중국의 입장을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관찰자망은 싱가포르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정치적 정체성과 역량을 강화하고 한 단계 높은 국제무대에서 자국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싱가포르에 아주 좋은 소재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앞서 싱가포르의 태도를 놓고 스탠리 로(羅家良) 주중 싱가포르 대사와 후시진(胡錫進) 환구시보 총편집과의 공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13∼18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17차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서 싱가포르가 필리핀의 편을 들어 남중국해 중재 결정을 폐막 성명에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는 환구시보의 보도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로 대사가 "전혀 사실에 맞지 않고, 근거 없이 날조된 이야기"라고 공개서한을 통해 주장하자 후 총편집은 "당시 회의 참석자로부터 받은 내용이며 신뢰 가치가 매우 높은 취재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후 총편집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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