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세계 5대 경제대국 자리를 프랑스에 넘겨주게 됐다.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우려가 재부각되며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올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에 현재 환율을 적용하면 영국의 경제규모가 프랑스에 못 미쳐 경제규모 순위가 5위에서 6위로 밀렸다고 4일 보도했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2016년 세계경제전망 수정치에 따르면 올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9320억 파운드, 프랑스의 GDP 규모는 2조2280억 유로로 추정된다. 현재 시장 환율 기준으로 영국이 2737조 3000억원, 프랑스가 2780조 7000억원이다. 영국이 다시 세계 5위 경제대국 자리를 회복하려면 파운드화 가치가 1.153유로를 넘겨야 하지만 현재 파운드화 가치는 1.13유로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파운드화 가치는 1.16유로였다. 테리사 메이 총리도 세계 5위 경제대국으로서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메이 총리는 지난 2일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영국은 세계 5위 경제대국인만큼 유럽연합(EU)과의 탈퇴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주요 장관들도 앞다퉈 비슷한 발언을 쏟아냈다.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세계 5위 경제대국이라는 사실이 독일·프랑스와 같은 나라들과의 협상에서 영국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해 줄 것”이라고 했고,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영국의 힘의 원천은 세계 5위 경제대국이라는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한 술 더 떠 “영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부유한 국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들의 자만을 비웃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불과 이틀만에 영국이 세계경제 ‘빅5’에서 탈락한 것.
파운드화 추락의 원인은 메이 총리의 발언이었다. 그는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내년 3월까지 브렉시트 협상 공식 개시를 위한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할 것”이라며 “우리는 독립 주권국이 하는 대로 이민을 어떻게 통제할지 스스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하드 브렉시트’ 예고로 받아들이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영국 정부가 EU라는 5억 인구의 단일 시장에 대한 접근성 유지하는 대신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EU에 양보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메이 총리의 강경 발언에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파운드 가치는 3일 파운드당 1.14유로대로 떨어진데 이어 4일에는 1.13유로대로 주저앉았고 달러에 대해서도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규모를 측정할 때 시장환율을 적용 하지는 않는다. 환율이란 단순히 각국 화폐의 교환비율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전문가들은 단순 시장 환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더 정교한 방법으로 경제규모를 측정한다. 대표적인 것이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이다.
FT에 따르면 영국의 구매력 기준 경제규모는 세계 9위에 불과하다. FT는 “IMF는 내년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1.1%로 하향 제시했다”며 “그나마 다른 단체들에
영국의 경제순위가 프랑스에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브렉시트 우려가 부각됐던 지난 7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양국의 경제규모 순위가 뒤집힌 적이 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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