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자동차회사인 도요타자동차가 수십년 경차 라이벌 스즈키자동차와 13일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글로벌 환경규제와 자율주행차(무인차) 등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처하기 위해 공동연구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는 동맹구축을 선언한 것이다. 이미 후지중공업, 마쓰다, 히노자동차 등과 자본·포괄적 제휴를 맺고 있는 도요타는 스즈키와 제휴로 개방적 생태계를 완성했다. 도요타는 올해 초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연구소를 세우고, 잠재적 무인차 경쟁상태인 구글 로봇 총책임자를 거액에 스카웃하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 재계의 맏형격인 도요타의 잇딴 파격 행보는 아베 정권 들어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개방적, 도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일본 기업의 변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아베 정권 4년 동안 강력한 정치리더십을 토대로 대규모양적완화, 규제완화, 신성장산업투자가 지속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패배주의에서 깨어나는 모습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아베 총리가 직접 핵심 정책을 이끌고, 거대여당인 자민당이 국회에서 법안으로 뒷받침하면서 과거 일본에서 보기 힘든 빠른 속도로 산업 구조조정과 규제완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재계도 비핵심사업 정리와 구조개혁,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진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화답하며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폐쇄적 조직 → 개방적 협업, 적과의 동침도 불사
도요타와 스즈키의 제휴에서 보듯이 일본 기업들이 과거 대표적인 일본병(病)이었던 폐쇄적이고, 자사 중심주의를 벗어던지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며 개방적 협력체제를 구축중이다. 오토바이 시장을 놓고 죽기 살기식 전쟁을 벌어왔던 혼다와 야마하마저 최근 기술개발 등 협력을 선언해 보수적인 재계를 놀라게했다. 경쟁관계였던 히타치 도시바 미쓰비시중공업도 내년 3월까지 원전 연료사업을 통합한다. 조선설계기술을 보유한 미쓰비시중공업이 조선건조 빅3사와 공동수주 등에 나서기로 한 것도 대표적인 협력 사례다. 내부경쟁에 몰두하다 중국 한국에 경쟁력을 뺏겼던 전자산업도 와신상담중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재팬디스플레이(JDI)는 대만으로 넘어간 샤프와의 협력을 모색하는 등 내부 경쟁보다는 세계 시장을 바라본 협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재계가 개방적으로 변한 것은 베 정권 들어 산업경쟁력강화법 등을 제정해 중복사업이나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도록 당근(세제혜택 등)과 채찍(공급과잉 조사 등)을 통해 압박하고 있는 것이 주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딘 의사결정 → 韓보다 빠른 속도로 ‘선택과 집중’
개방적 변신과 함께 눈에 띄는 것은 ‘스피드’다. 과거 한국 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스피드를 일본 재계에 이식된 것처럼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이 지지부진한 비핵심사업 정리 등 구조조정은 전광석화처럼 진행중이다.
후지쓰는 최근 컴퓨터사업을 중국 레노버에 넘겼다. 이에 앞서 샤프도 대만 훙하이에 매각을 선택했다. 도시바는 부정회계가 터져 위기에 몰린 지 불과 1년 만에 불필요한 사업을 대부분 버리고 환골탈태했다. 비핵심사업 매각도 전방위적이다. 히타치는 반도체설비 등 경쟁력없는 1000억엔 규모의 사업부문 매각을 진행중이다. 미쓰비시그룹은 미쓰비시자동차가 연비 조작 문제를 일으키자 미련없이 닛산에 매각하고 손을 뗐다. 아베 정권 4년 만에 정유 조선 전자 등 주력업종의 재편이 마무리됐다.
무엇보다 부서간 조율이 필요한 규제완화나 핵심 정책을 총리 관저가 키를 잡고 나서면서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드론특구나 원격진료 허용 등의 뉴스가 쏟아지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보수적 지키기 → 되살아난 공격적 도전정신
더딘 의사결정, 폐쇄적 조직문화가 변하기 시작하자 일본 사회 전체의 도전정신도 되살아나고 있다. 트리거는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무려 34조원을 베팅하며 영국 ARM을 인수하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일본 거의 모든 기업이 AI와 IoT 접목을 목표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탄소섬유 강자 도레이는 IoT를 접목한 스마트 의류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도요타 혼다 소프트뱅크 등은 앞다퉈 AI 로봇사업에 진출을 선언했다.
되살아난 프론티어 정신은 비단 4차 산업혁명에 국한되지 않는다. 혼다는 첫 소형제트기 ‘혼다제트’를 성공리에 개발, 올해부터 본격시판에 나섰다. 신형우주로켓을 개발중인 미쓰비시중공업은 이에 앞서 숙원이었던 중형 제트여객기 MRJ의 미국 시험비행에 최근 성공했다. 역대 최고치를 매년 거듭하고 있는 해외 인수합병(M&A), 도쿄대 교도대 등 주요 대학의 벤처투자와 창업 증가는 달라진 일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치불안정 → 아베 1강 일사불란한 정책
아베 총리가 2021년까지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본 재계의 변신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정권은 4년 동안 중·참의원 선거를 잇따라 승리하며 아베 1강을 더욱 공고히 하며 정책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카지노허용 등 파격적인 정책도 대기중이다. 이는 곧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분석이다. 아베 정권이 지지율 60%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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