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뜰 때 응급실과 분만실이 넘치는 소동이 일어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의 병원 의사들을 비롯한 의료진 사이에서 ‘보름달이 뜰 때 응급실과 분만실이 넘치는 소동이 일어난다’는 확신이 퍼져있다”고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 의료진 사이에서 보름달 효과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다. 때문에 일부 병원에선 보름달이 뜨는 밤을 앞두고 의사들에게 비번을 허락하지 않고 의료진을 보강해주기도 한다.
지난 15일 예일뉴헤이븐병원의 정신건강학 직원인 보한스 바로스는 야근에 들어가면서 “재난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샌안토니오의 메소디스트병원의 응급실 간호사 메리 르블론드는 한 보름밤에 수십 명의 식중독 환자들을 태운 학교 버스 여러 대가 응급실에 들이닥치는 바람에 큰 소동이 빚어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은퇴한 의사인 존 베처는 “보름달의 힘을 부인하는 모든 연구 결과는 순전한 오류”라면서 “보름달이 뜨는 밤엔 근무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보름밤, 특히 핼러윈(10월 31일)을 앞둔 보름밤은 “정신병 관련 환자나 무모한 행동을 하다 다친 환자,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분만하는 임산부 등의 입원이 홍수를 이룬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이같은 보름달 효과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 1996년 미국응급의학지(AJEM)에 실린 보고서는 “4년간에 걸쳐 응급실 입원 기록 15만999건을 분석한 결과 49차례의 만월이 있었으나 단 한 번도 그날 밤 입원 환자가 급증한 날은 없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의 우주과학 교수 장 뤽 마르고도 보름달 효과에 관해 연구한 논문을 지난해 간호학연구지에 발표했다. 결론은 보름달과 병원 입원율이나 출산율 사이엔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마르고 교수는 “이 연구 결과는 지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실제와 동떨어진 믿음을 갖게 됐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WSJ은 실제로 지난 15일 예일뉴헤이븐병원에서 보름달 효과를 직접 검증해보기도 했다.
미국에서 3번째로 응급실 내방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 병원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 중
다행히도 이날 밤은 비교적 조용히 지나갔다.
간호사들은 “보름밤 치고는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근무자 중에 흰구름(운을 가져오는 사람. 일을 몰고 다니는 의사는 ‘먹장구름’으로 불린다)이 많은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명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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