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필리핀은 오랜동안 혈연으로 이어진 형제같은 사이다. 이번 만남을 양국 우호관계의 디딤돌로 삼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겨울이 가까워 오는 시점에 베이징에 도착했지만, 우리 관계는 봄날이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중국과 필리핀이 20일 정상회담을 통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벗어난 ‘新밀월’을 선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경제협력과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시주석은 이자리에서 필리핀을 “형제”라고 칭하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 관계가 완전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분쟁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중국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양국간 영유권 갈등이 관리가능한 수준에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도 남중국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양국간 협력의 공간이 넓고 필리핀은 양국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담에 앞서 지난 19일 중국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PCA의 판결에 대해 “종이 한장에 불과하다”며 “(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후순위”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호응하듯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일 회담에서 필리핀과의 경제협력 방안을 쏟아냈다. 인민일보 등 관영매체에 따르면 시주석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인프라 투자 협력을 약속했다. 시주석은 “중국은 필리핀의 철도, 지하철, 항만 등 인프라 건설 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양국간 무역과 투자사업도 대폭 확대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테르테 정부가 추진중인 반테러, 마약단속 정책에 대해서도 “적극 지지”를 표명했다. 마약사범에 대해 현장 사살까지 허용하는 두테르테식 마약단속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인권침해 소지를 경고해왔고, 두테르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개XX’라는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시주석은 또 필리핀과의 교류사업 확대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방안을 내놨다. 그는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선 정부 고위급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민간교류 확대를 위해 중국인들의 필리핀 여행도 적극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거 필리핀 술루왕의 중국 방문 60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행사를 내년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늘 회담은 양국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회담 후 두 정상은 에너지,농업,금융 등 13개 분야 협력협정에 서명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 필리핀 주요 기업인 400여 명을 대동해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참여방안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시주석과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권력 서열 2∼3위인 리커창 총리와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별도 양자 회동을 가졌다.
중국이 미국 러시아 정상에게나 보일법한 의전을 두테르테에 선사한 것은 필리핀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여 미국의 남중국해 포위망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임자인 아키노 대통령이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국제상설재판소(PCA)로 가져가 지난 7월 승소판결을 이끌어낸 것과 대족적으로 두테르테는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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