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필리핀 '밀월 관계'…두테르테 "양국 관계 봄날"
↑ 중국 필리핀 / 사진=연합뉴스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국제무대에서 수년간 소송전을 벌이며 심각한 갈등을 겪어온 중국과 필리핀이 20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밀월 관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가 "지금이 봄날"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한 데 이어 미국과의 결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격미친중(隔美親中)'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을 예고했습니다.
이로써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Scarborough Shoal·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를 두고 수년간 영유권 분쟁을 벌인 끝에 지난 7월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뒤 악화했던 중국-필리핀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거리를 두며 중국 쪽으로 돌아선 필리핀이 정치·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친중 행보를 가속할 것으로 보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판도 변화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외교 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외신들은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재균형 정책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 간 정상회담 후 양국이 필리핀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기초시설(인프라), 에너지, 투자, 미디어, 검역, 관광, 마약퇴치, 금융, 통신, 해양경찰, 농업 등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습니다.
라몬 로페즈 필리핀 무역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이 135억 달러(약 15조2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 자국 기업인 400여 명을 대동하고 고속철을 비롯한 중국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양국은 최대 갈등 현안인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선 5년 전 합의했으나 중단됐던 양자 회담을 재개키로 합의했습니다.
중국은 필리핀의 열대과일 수입 제한조치를 해제하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의 필리핀 관광 자제령도 풀어 관광분야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고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은 전했습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양 국민은 혈연관계가 가까운 형제"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은 필리핀과 정치적 신뢰 강화와 호혜 협력하길 원하며 갈등을 적절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 공동의 기초"라며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잠시 미뤄두고 공동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양 국민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시 주석은 아울러 "(중국의 국가 대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의 틀 내에서 필리핀의 철도, 고속도로, 항구 등 기초시설 건설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인프라 협력 강화 의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필리핀 경제발전을 위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할 것", "필리핀의 농업과 빈곤퇴치를 지원할 것" 등의 표현으로 필리핀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후 전력을 다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에 지지를 표시하면서 마약·테러리즘·범죄 척결 등 분야에서 공조 의지도 밝혔습니다.
그는 양국이 개발도상국으로서 국제무대에서의 협력강화도 제안하면서 내년도 필리핀 소록왕(蘇祿王)의 중국 방문 600주년을 계기로 각종 기념활동도 펼쳐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위대한 국가이자 필리핀의 친구"라면서 "양국 간 깊은 유대의 뿌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겨울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베이징에 왔지만, 우리(양국) 관계는 봄날"이라면서 친밀감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교민과 간담회에서 "이젠 미국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라며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이나 미국과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에 더해 필리핀-중국 경제포럼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분리(결별)'를 선언하며 미·중 사이에서 중국을 선택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게 되면 "세상과 맞싸우는 것은 (필리핀, 중국, 러시아) 우리 세 나라 뿐이라고 말하겠다"면서 호감을 표명하고 미국과의 결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필리핀 동맹에 대해 거듭해서 의문을 제기하고 중국과의 더욱 우호적인 유대관계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장점으로 내세웠습니다.
양국 정상회담에 앞서 중국 측은 인민대회당 광장에서 21발의 예포 발사와 3군 의장대 사열을 포함해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성대한 환영식을 베풀었습니다. 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을 미국 정상에 버금가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 외에도 중국의 권력서열 2∼3위인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도 별도 양자회동을 하고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했으며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와 함께 경제포럼에도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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