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승기를 잡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여세를 몰아 연방의회 상원에서도 민주당이 다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힐러리의 백악관 입성과 함께 현재 여소야대인 상황마저 뒤집는다면 힐러리는 집권 초기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5일(현지시간) ‘쿡 정치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11월8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5~7석을 추가해 상원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쿡 정치보고서는 워싱턴 정가에 배포되는 중립 성향의 전통있는 선거전망보고서다.
총 100명의 상원의원 중 현재 공화당이 54석, 민주당이 46석으로 ‘여소야대’인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교체되는 상원의원은 모두 34명으로 공화당 소속이 24명, 민주당 소속이 10명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현재 상원의석보다 5석을 더 차지하면 공화당 49석, 민주당 51석으로 상황이 역전된다.
미국 각 주별로 2명씩 배당된 상원의원 임기는 6년이며 매 2년마다 33~34명을 새로 선출한다.
힐러리 진영에서는 대선에서는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일부 선거자금을 상원의원 선거로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원 다수석과 함께 임기를 시작하는 것이 힐러리가 초기에 국정을 장악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전국을 다니며 힐러리 지원 유세와 함께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비호감에도 불구하고 상원의원 선거에서는 공화당 후보들이 선전하는 듯했지만 트럼프의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공개된 후 공화당에 대한 지지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기존 공화당 텃밭이었던 애리조나 뉴멕시코 조지아 등은 트럼프의 히스패닉 비하발언, 흑인사회의 트럼프에 대한 반감 등이 작용해 경합지 또는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미국의 선거전문가들은 대선 없이 의원선거만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는 여당이 불리한 경향을 보이지만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대통령 후보 지지율과 의원선거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힐러리에 대한 인기가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트럼프의 백악관행을 포기하더라도 상원 다수석마저 빼앗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막판 선거전에 ‘올인’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6개 상원의원 선거 경합지역에 2500만달러(약28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상원의원 경합지역은 네바다 펜실베니아 인디애나 노스캐롤라이나 미주리 뉴햄프셔 등이다.
비용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등을 지지하는 수퍼팩(정치활동위원회)에서 조달된다. 공화당 상원의원 선거를 지원하는 후원자 스티븐 로는 “공화당이 다수당마저 빼앗길 수는 없다”면서 거액 지원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 진영에서는 특히 ‘오바마케어’를 발판으로 막판 반격에 나섰다. 오바마케어 변수는 선거를 일주일 앞둔 내달 1일부터 내년도 계약신청을 받는 오바마케어 평균 보험료가 25% 인상되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을 위해 추진한 핵심 정책 중 하나이지만 보험료 급등으로 국민 다수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또 힐러리 후보가 각종 선거유세와 TV토론에서 오바마케어를 계승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유세에서 “오바마와 힐러리의 합작품인 오바마케어는 완벽한 사기극”이라며 “내년에 보험료가 25% 인상되지만 그 다음에는 50%, 70%, 90%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모처럼 트럼프와 한 목소리로
한편 NBC뉴스와 서베이멍키가 지난 17∼23일 3만222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는 지지율 46%를 얻어 41%의 트럼프를 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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