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트의 당선은 ‘세계 경찰국가’로 일컬는 미국의 외교 및 통상 정책에 있어 ‘카오스(대 혼돈)’로 몰아넣었다.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강화로 인해 트럼프 이후 세계 각국의 외교·안보·대외경제 대응책은 ‘시계제로’인 상황이다. 특히 트럼프의 인적풀 중에서, 대외정책 풀은 가뜩이나 좁은 상황이라 혼란을 부추긴다. 중동, 아시아 등등 국지적 분쟁과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 강경일변도 대응이 전세계적 혼란을 부추길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선호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핵전쟁’이다. 트럼프는 방위분담금 축소를 위해 일본과 한국 등 동맹국들이 자기 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때 ‘핵무장 용인’까지 거론했다.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성미를 가진 트럼프가 핵무기 발사 권한을 남용할 수 있어 전세계가 핵 위협에 휩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수차례 강조한 트럼프의 친(親) 러시아 행보도 주변국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와 맞물려 반(反)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입장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워질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나토 간 균열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EU 국가인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친서방에 기대는 것에 불만이 많은 러시아가 침공해도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국제적 분쟁이 격화할 전망도 나온다. 선거운동 막판 나토와의 유대관계 유지를 언급하긴 했지만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리아 내전을 비롯한 대 중동정책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야만인’으로 규정, “테러리스트에 맞서기 위해 훨씬 더 강도 높은 고문이 필요하다”며 물고문 사용을 승인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특히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전역에 형성된 전선에 버락 오바마 정부가 반대해왔던 지상군 투입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오바마 정부의 ‘치적’ 중 하나였던 이란 핵타결도 위태롭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핵 협상을 ‘최악의 협상’이라고 규정했고, “이란은 못 믿을 나라이고 좀 더 압박해서 이란의 핵무장화를 완전 해체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서방의 경제봉쇄가 불완전하다고 불만이 많은 이란으로서는 트럼프 당선으로 ‘강 대 강’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트러프를 옹호하는 쪽은 트럼프의 친 러시아 정책이 시리아 전쟁 종식을 부르는 등 “세계가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직 영국 국방장관인 리처드 경의 말을 인용해 “국제 평화에 최근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오히려 시리아와 동유럽 문제를 둘러싼 미-러 간 이해 부재이며, 따라서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은 세계 정세를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시대의 통상정책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심화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대변된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부터 철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멕시코나 중국으로부터 들여오는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등 극단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주장해왔다. 트럼프는 취임 후 FTA 재협상을 통해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와 같은 무역제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상계관세란 상대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고 수출한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가 보조금에 해당되는 만큼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수출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높아진 가격경쟁력을 수입국이 관세로 받아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축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트럼프 이후 자유무역주의의 후퇴는 불기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시대 아시아 정세는 일본과 중국을 중심으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신(新) 동맹을 열었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미일 관계는 안갯 속에 빠져들게 됐다. 특히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9월 뉴욕 방문에서 이례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회담을 갖는 등 힐러리 진영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준 것도 트럼프 정권과의 외교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를 놓고 지역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비용부담 압박까지 가중될 경우 중국 해양 팽창 견제를 위해 강화돼왔던 미일 동맹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일 무역·경제관계는 더욱 긴장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당장 아베 정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합의까지 이끌어낸 TPP는 좌초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아울러 무역보복뿐만 아니라 도요타 등 북미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일본 기업 때리기가 노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외교 부문과 경제 부문에 있어 냉온탕을 오갔다. 트럼프는 중국의 인권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이슈에 대해선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 미중간 갈등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강력 반대해온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도 재검토될수 있다. 힐러리에 비해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트럼프가 비용문제 등을 이유로 사드배치 결정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경제분야에선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공세가 거세질 전망이다. 선거기간 “중국기업이 미국인들
[도쿄 = 황경규 특파원 /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장원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