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보좌했고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우려하는 미국 무역적자는 미국의 성장과 고용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맨큐 교수는 “피터 나바로(UC어바인대 교수)와 윌버 로스(상무장관 내정자)가 지난 9월 쓴 트럼프 경제정책 보고서의 주요 우려사항이 무역적자”라면서 이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수입이 수출을 매년 5000억달러 이상 초과하고 있으며 이러한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면 미국 경제성장과 고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이는 피상적 견해라는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로 인해 해외에 나가는 미 달러는 미국의 주식, 채권, 부동산시장 등으로 재유입되거나 무역흑자국이 미국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들이는데 쓰인다.
맨큐 교수는 “미국 자본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조5000억달러에서 최근 8조달러로 대폭 늘었다”면서 “무역적자에 따라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가기도 하지만 상당수 달러가 미국으로 되돌아온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이처럼 자본의 역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공고해지면서 미 국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부동산이나 기업 등 미국 자산을 취득하려는 투자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 달러 강세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맨큐 교수는 “트럼프의 경제 활성화 정책도 미국의 금리를 높이고 강달러를 유도해 기업의 무역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는걸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가 멕시코와 중국 등에 고관세를 부과해 수입물가를 끌어올리면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 지출을 덜하고 이는 시장에 달러 공급량을 줄여 달러가 더욱 강세로 가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
그는 “무역적자가 성장과 고용에 큰 위협이 될 것은 아니다”면서 “지난 2006년 무역적자 규모가 컸지만 그해 실업률은 4.4%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미국경제의 역동성과 안정적 기반을 유지한다면 글로벌 투자 자금은 미국으로 계속 유입될 것이라는게 맨큐 교수의 진단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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