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트레이더 3명이 미국 법무법인(로펌)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해 빼돌린 미공개 정보로 400만달러(약 48억3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 이후 미·중 무역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악재다. 특히 미국 대형기업들의 알짜 인수·합병(M&A) 정보가 이들 법무법인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새나가 미국 산업계 보안에도 비상이 걸렸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검찰청은 중국인 트레이더 3명을 기소했으며 이들 중 이트 홍은 지난 25일 홍콩에서 체포됐다. 미국 검찰은 그의 송환을 추진중이다.
이아트 홍(26), 보정(30), 훙친(50)이라는 이름의 중국인 3명은 미국 대형 법무법인 2곳의 서버에 침입해 얻은 미공개 정보를 몰래 캐내 주식거래를 했다. 서버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법무법인의 이메일 계좌에 접근하는 방법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체와 반도체기업 등 피인수합병 직전 상태인 상장기업 최소 5곳의 주식을 매수했다. 몰래 파악한 정보를 활용해 관련 주식을 사놨다가 M&A 재료로 주가가 뛰면 파는 식으로 이득을 챙겼다. 이 중에는 인텔이 반도체 칩 전문업체인 알테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밀이 포함됐고 중국 트레이더들은 알테라 주식을 2015년 사들였다. 작년 3월 인텔이 알테라를 인수할 것이라는 뉴스가 불거지자 알테라 주가는 9달러나 급등했고 이들은 미리 사들였던 주식을 내다 팔아 140만 달러(16억90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비즈니스 서비스업체인 피트니 보우즈가 전자상거래 기업인 보더프리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자 수십만달러의 관련 주식을 사들였다. 피트니
검찰은 해킹당한 법무법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월가 대형 금융기관과 포천 500대 상장기업들의 법률 업무를 대리해온 크라바스 스와인 앤 무어와 웨일 고샬 앤 맨지스의 해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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