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을 재차 방문하면서 양안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37년만에 대만 정상과 통화한데 이어 차이잉원 총통이 남미순방에서 미국을 경유하는 일정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차이 총통이 7일(현지시간) 중남미 4개국 순방에 앞서 경유지인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차이 총통은 트럼프 당선자와 깜짝통화를 했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 접촉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길 바란다며 차이 총통의 경유를 강력하게 항의했다.
5일 대만 현지언론은 중남미 순방 기간에 중국 랴오닝함 편대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따라 북상해 무력 시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7일 순방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방문의 중요한 임무가 동맹과 연대를 강화하고 대만의 세계적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라며 동맹국 다잡기에 나서는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측과 회동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만 총통부는 세부 일정은 공개하지 않은 채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IT기업을 방문하고 현지 교민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권인수팀은 7일 AP통신에 트럼프나 인수팀 담당자가 미국에서 차이 총통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차이 총통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무도 내게 그것을 언급한 적 없다"며 "의전 측면에서 약간 부적절하기 때문에 (취임일인) 1월 20일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을 것이지만, 지켜보자"고 말하면서도 회동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차이 총통은 8일 온두라스를 시작으로 니카라과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를 차례로 순방한 뒤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15일 대만으로 돌아간다. 이번 순방에는 제1야당 국민당을 제외한 여야 입법위원(국회의원) 등 120명이 동행했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한 이래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앞서 대만 외교부 관계자는 순방국 가운데 니카라과와 단교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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