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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오르면서 4년 만에 경제성장률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월평균 국제유가가 1년 반 만에 배럴당 55달러를 돌파한 데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철강, 석탄 가격이 치솟으면서 글로벌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15일 블룸버그의 집계에 따르면 22개 투자은행(IB)과 경제분석기관의 올해 세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 중간값은 3.4%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간값 3.2%를 넘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물가가 뛰는 속도가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것은 2013년(물가상승률 3.7%, 경제성장률 3.3% 이래 4년 만입니다.
또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 이상으로 올라선 것은 2014년(3.2%) 이후 3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미 터키와 브라질, 인도, 러시아, 멕시코 등 거대 신흥국들의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는 치솟고 있습니다.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준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작년 12월에 터키가 전년동기 대비 8.5%나 치솟은 것을 비롯해 브라질 6.3%, 러시아 5.4%, 인도·멕시코 각각 3.4%였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작년 11월 기준 6.6%나 뛰었습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소비자물가도 12월 2.1% 상승하면서 4개월째 2%대 상승률을 이어갔습니다. 휘발유 가격이 10.6% 치솟아 물가상승을 이끌었고 밥상물가를 좌우하는 품목인 돼지고기와 수산물 가격도 각각 6.2%, 4.3% 올랐습니다.
선진국에서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필두로 리플레이션(reflation·디플레이션은 벗어났지만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 기조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유로존의 작년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1.1% 급등해 2013년 8월 1.3%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이 2.5% 상승하며 물가상승을 주도했습니다.
미국의 작년 11월 소비자물가도 전년 같은 달보다 1.7% 상승해 2014년 10월(1.7%)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미국은 특히 집세가 전년 같은 달보다 3.6% 상승했습니다.
일본도 신선식품 가격 반등에 힘입어 11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0.5% 상승해 오름폭을 확대했습니다.
세계 물가가 상승세를 확대하는 것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55달러를 웃돌며 기저효과가 사라진 영향이 큽니다.
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일까지 글로벌 원유시장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55.7달러였습니다. 월간 기준으로 55달러를 웃돈 것은 2015년 7월(56.8달러) 이후 1년 6개월 만입니다.
올해 들어 전년 동기 대비 브렌트유 가격은 74% 치솟은 상태입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 올해 들어 배럴당 52.7달러로 66% 상승해, 2015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한국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53.79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00% 올라 역시 2015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더욱이 중국의 생산자물가가 치솟으면서 올해 세계 물가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작년 12월 기준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5.5% 뛰어 5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철강 가격이 15.1%, 비철금속은 14.9%, 석탄 채취 정제 가격은 34.0%, 원유 천연가스 정제 가격은 19.7% 각각 치솟았습니다.
이같이 올해 각국의 물가가 치솟으면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경제성장률을 추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집트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7.4%로 경제성장률 전망치(3.4%)의 5배에 달하며, 터키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8.1%로 경제성장률 전망치(2.7%)의 3배에 육박합니다.
브라질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5.1%로 경제성장률 전망치(0.8%)의 6배를 넘었습니다. 남아공은 각각 5.7% 대비 1.1%, 러시아는 5.0% 대비 1.1% 등입니다.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은 2.6%로, 물가상승률 전망치 중간값 1.6%를 훨씬 웃돕니다.
한국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 19위로 중간 수준입니다. 다만, 한국의 작년 11월 기준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전년동기 대비 4.5% 상승해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4.9%), 일본(4.7%) 다음으로 높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추월하는 것은 저성장 고착화를 상징해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올라 물가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이 추락하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더욱 속도를 낼 경우 경제불황 속에 물가는 상승한다는 뜻으로 스태그네이션(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합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글로벌 물가 급등을 이끄는 것은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라면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경우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며, 한국 물가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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