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이하 밀레니얼 세대가 전체 인력의 70%를 차지하고, 트위터보다 IT 인력을 2배 이상 보유한 회사'
얼핏들으면 신생 'IT 공룡'을 연상케 하는 이 기업은 147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1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금융업계에서 콧대높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자산 1000만달러(116억원)를 가진 고액 자산가들이 골드만삭스 전체 고객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고객층을 엄선하며 까다롭게 굴던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이례적인 선언을 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단돈 '1달러' 예금도 인터넷으로 받겠다는 것. 당시 시장에서는 '갑옷을 벗어던진 골리앗'이란 표현으로 골드만삭스를 묘사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10월 데이터 분석으로 잠재 고객을 파악해 대출을 시행하는 인터넷 신용대출 사이트 '마르커스'를 오픈하며 핀테크 분야에 발을 내딛였다.
골드만삭스의 변신은 2015년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이 "골드만삭스는 IT 회사"라고 공언한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 블랭크페인 회장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인 마틴 차베스를 CFO(최고재무책임자)로 승진시켰다. 핀테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3년 간 2억4100만달러(2800억원)을 과감하게 투자하는 추진력도 보였다. 소셜미디어 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마이너(Dataminr), 재무데이터 공학업체 겐쇼테크놀로지(Kensho Technologies), 예측데이터 분석업체 콘텍스트 렐리반트(Context Relevant), 빅데이터 솔루션업체 앤투이트(Antuit) 등 IT업체들을 차례로 사들였다.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 대응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 전체 직원의 70%가 30세 안팎인 밀레니얼 세대이고 IT 인력은 9000여명에 달한다"며 "이는 페이스북의 총직원수(9200여명)와 유사하고, 트위터 직원수(3600여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의 사례처럼 변신의 몸부림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밀려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KPMG가 주요 10개국의 글로벌 기업 CEO 1300명을 대상으로 향후 3년 동안 기업 환경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가 "모든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3년 후에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필수 전제다. 삼정KPMG 경제연구소는 이 동력을 '리질리언스(Resilience)'라고 표현했다. 탄력성이란 의미의 리질리언스는 앞으로 닥칠 위기를 예측하고, 현재 경영 구조에 변신을 꾀하면서 혁신을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마치 용수철이 외부 압력에 의해 수축 단계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튀어오른다는 표현이다.
영국 아톰뱅크는 지난해 글로벌 100대 핀테크 혁신기업 순위에서 6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금융업계에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영국 아톰뱅크는 영란은행(BOE)으로부터 은행업 인증을 받은 첫 디지털은행이다. 기존 오프라인 은행 서비스를 모바일로 구현하며 금융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아톰뱅크는 잠재성과 가파른 성장세를 높이 평가받아 최근 2년 간 1억674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저금리, 고령화, 저출산 등 삼중고로 위기를 맞았던 일본 보험사 다이이치생명은 고령화 맞춤보험 상품과 의료 지원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50대 이상 시니어 고객들을 대상으로 간병인 등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
김광석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변화의 흐름을 직시하고, 끊임없이 미래를 예견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변신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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