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 첫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보호무역 기치를 높이고 나서자 중국과 유럽연합(EU)이 연대를 강화하고 나섰다.
중국정부망에 따르면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5일 신년인사를 겸한 통화를 했다.
형식은 중국의 명절인 춘제(음력설)를 앞두고 두 정상이 신년인사를 주고받는 것이었지만 대화의 초점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 출범에 대한 대응에 모아졌다. 리커창 총리는 "국제 정세 불안정 요인이 증가하고 있어 중국과 독일이 협력을 강화해 무역자유화를 추진하고 시장에 안정 신호를 보내야한다"며 "양국이 현재의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국이 소통을 강화해 (오는 7월) 함부르크 G20정상회의에서 성과를 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현쟁 국제질서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이전의 무역환경을 말한 것으로, 메르켈 총리도 이에 대해 "중국과 독일간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이슈에 대해 다원주의 해결방안을 모색하자"고 답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유럽통합에 대한 지지를 높이 평가하며 독일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의정서 15조 관련 사안을 EU가 실행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WTO가입 의정서 15조란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당시 시장경제국 지위를 15년간 유예한 조항으로, 중국은 지난해말 이 조항의 시한이 종료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EU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EU의 리더인 독일과 중국이 트럼프 취임 직후 자유무역질서 수호를 위해 협력키로 한 것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몰고 올 충격에 대해 보조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난민정책 등을 두고 메르켈 총리를 비난한 바 있으며, EU의 분열을 조장하고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탈퇴를 시사하는 발언도 한 바 있다.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도 EU 탈퇴를 진행중인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와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비난한 중국과 EU의 리더인 독일이 반(反)트럼프를 공통분모로 협력을 강화하는 배경이다.
중국 주재 EU 대사도 25일 트럼프를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강한 톤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비판했다.
한스 디트마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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