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 대통령과 64세 퍼스트레이디, 가능할까

올 봄 치러지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30대 대통령과 60대 퍼스트레이디가 탄생할 수도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유력 대통령 후보로 떠오른 에마뉘엘 마크롱의 이색적인 러브스토리와 프랑스 현지 분위기를 조명했다.
중도 성향의 무소속 대선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은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를 꺾을 인물로 거론된다.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됐던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가 아내와 자녀들을 허위로 의원 보좌관으로 고용했다는 스캔들이 터지면서 마크롱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피용 후보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결선투표를 진행하는 프랑스 대선 절차에 따라 2차 결선투표에서 르펜 대표와 맞붙을 경우 마크롱 후보가 압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크롱 후보는 프랑스 고위관리를 배출해온 명문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으로 투자은행에서 일하다 사회당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그는 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내면서 출세 가도를 걸었다. 이후 사회당을 탈당하고 중도 정당을 창당한 그는 스스로를 좌도 우도 아니라고 내세웠다.
특히 25세 연상 부인과의 러브스토리는 마크롱의 정치적 이미지에 도움이 되고 있다.
마크롱 후보의 부인인 브리짓 트로뉴 씨는 마크롱 후보가 프랑스 북부 아미앵에서 고교생이었을 때 프랑스어 교사였다. 당시 15세의 나이로 10학년 학생이었던 마크롱 후보는 40세 기혼녀인 트로뉴 씨를 학교에서 만났다. 트로뉴 씨는 당시 학내 연극 동아리를 이끌었는데 마크롱 후보는 그가 지도한 연극에서 주연을 맡았다. 당시 그는 세 명의 자녀를 둔 상태였고 심지어 한 명은 마크롱 후보와 같은 반 친구였다.
두 사람은 마크롱 후보가 11학년때 트로뉴 씨에게 자신을 위한 희곡을 써 달라고 요청하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트로뉴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주 금요일 대본을 갖고 만나면서 믿기 힘들 만큼 친밀한 사이가 됐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마크롱 후보의 부모는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하며 그를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 명문 앙리 4세 고등학교로 보내버렸다. 마크롱 후보는 트로뉴 씨와 헤어져 파리로 떠나면서 "반드시 돌아와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마크롱 후보는 파리에 가서도 장거리 전화를 이용해 사랑을 이어갔고 트로뉴 씨는 결국 남편과 이혼한 뒤 파리에서 교사 자리를 구했다. 트로뉴 씨는 "당시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내 인생을 놓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마크롱 후보와 트로뉴 씨는 결국 지난 2007년 결혼했다. 마크롱 후보는 결혼식에서 자신을 가족으로 받아준 데에 대해 트로뉴 씨의 세 자녀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정상적인 부부는 아닐지라도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부부라고 표현한다.
프랑스 언론은 이들 부부에 대해 전반적으로 호의적이다. 프랑스 잡지들은 트로뉴 씨를 '패션 스타'로 칭하면서 마크롱 후보가 이복 손자들을 안고 젖병을 물리는 모습을 싣곤 한다.
이같은 프랑스 언론의 모습은 개인 사생활에 다소 관대한 프랑스 사회를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는 정치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정치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일각에서는 타인의 사생활에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프랑스 전통을 프랑스인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분석도 있다. 혼외 스캔들이 발각되면 각료들이 즉각 사임하는 영국 정치와는 대조적이다.
다만 프랑스의 경우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관대하더라고 그 사랑이 진실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마크롱 후보는 동성애자이면서 트로뉴 씨와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문에 끈질기게 시달려왔다. 이에 대해 마크롱 후보는 지난해 11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를 완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