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스페인에서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의 묘역을 국가기념공원인 '전사자의 계곡'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12일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 제1야당인 사회당은 지난 9일 프랑코의 묘역 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사회당은 프랑코의 장기독재 시기 인권 탄압 등에 대한 광범위한 재조사를 진행하는 진실위원회의 설치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사회당은 집권 당시인 지난 2007년 루이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 재임 시기에 스페인 내전 희생자들을 재평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역사적 기억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현 집권당인 국민당은 당시 법안이 정치적 의도로 발의됐다면서 과거를 그대로 놔둬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프랑코가 1936∼1939년 스페인 내전에서 승리한 뒤 조성한 '전사자의 계곡'은 마드리드 북서쪽 50㎞ 지점에 있는 대규모 추모 공원입니다.
스페인 내전에서 숨진 3만3천여명의 유해가 안치돼있으며 높이 150m인 세계 최대 규모 십자도 세워져 있습니다. 프랑코는 1975년 사망 후 다른 전사자의 유해가 안치된 곳과 좀 떨어진 제단 뒤 특별 묘역에 있는 거대한 바실리카 양식의 화강암 구조물에 혼자 안치됐습니다.
프랑코는 1936년 스페인 총선으로 인민전선 정부가 들어서자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3년간 이어진 내전에서 승리한 뒤 일당 독재 체제국가를 수립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파시즘 국가인 독일과 이탈리아를 지원했다가 전후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하기도 했습니다.
1939년부터 1975년 사망 직전까지 집권했던 프랑코의 묘역은 스페인의 민주화 이후 끊임없이 정치·사회적 논쟁의 대상이 돼왔습니다.
사회당은 전사자의 계곡을 '프랑코주의'를 기념하는 성격에서 화해와 민주주의, 독재와 내전의 희생자들을 기리는 성격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프랑코의 묘역 이전 시도가 이번이 처음도 아닙니다.
사회당은 2011년 당시 프랑코의 유해를 유족에게 돌려준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해 11월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논의는 수면
스페인 집권 국민당은 프랑코의 묘역 이전에 관한 논의 자체에 계속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에서 여당이 수세에 몰리고 있어 결의안 통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결의안의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통과될 경우 여당에 정치적 타격이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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