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공화국 수립 후 '세속주의 수호자'로 여겨진 군대마저도 이슬람교 스카프인 히잡 금지 규정을 폐지했다.
'정(政)-교(敎) 분리'라는 터키의 건국정신을 무슬림 민심에 기대, 이슬람화로 강화해 장기집권을 노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BBC방송은 22일(현지시간) 터키 정부가 히잡 착용 금지 규정의 마지막 적용 대상이었던 여군들에게도 히잡 착용을 허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터키공화국 수립 후 '세속주의 수호자'로 여겨진 군대는 히잡이 금지된 마지막 조직이었다. 다만 군복과 같은 색상의 히잡을 사용해야 한다.
터키는 인구의 99%가 무슬림이다. 그러나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이 1923년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수립할 때부터 터키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를 근간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슬람 색채가 강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후 공공기관의 히잡 금지규정을 하나하나 철폐했다.
2010년에 대학 캠퍼스에서 히잡이 허용됐고, 2014년에는 여고생에게도 히잡을 쓸 수 있게 했다. 이어 지난해 8월 터키 정부는 "여경은 제복과 같은 색상의 무늬 없는 히잡을 착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터키 세속주의자들은 히잡은 종교적 보수주의의 상징이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슬람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신앙심 깊은 세대'를 키우겠다는 선언 아래 공립학교들을 이슬람 학교로 바꾼 것도 지적하면서,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 기반인 이슬람 보수층만을 위해 통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터키는 수도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모스크(이슬람사원)의 초석을 설치하는 행사를 최근에 가졌다.
이곳은 종교·역사적으로 오스만왕조 이후 그리스정교회가 관할하는 지역으로 인정돼 2013년 에르도안 정부가 모스크 건설을 추진할 당시 거센 반발이 일어 개발 계획이 보류되기도 했다.
에르도안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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