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휘감았던 '초저금리 기조'가 무대 뒤로 물러나고 금리 상승기 분위기가 역력해지고 있다.
올해와 내년에 각각 3번씩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통화긴축의 선봉에 선 미국에 이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도 양적완화 정책의 출구 찾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점차 꿈틀거리고 있는 물가 상승세가 각국 '돈줄 죄기'의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9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본부에서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나선 기자회견에서 "아직 인플레이션 전선에서의 승리를 선언하기는 이르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디플레이션 위험이 크게 사라졌다"고 밝혔다.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물가관리를 본령으로 하는 ECB 수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CB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그간 반복했던 "필요시 위임된 책무 범위 내에서 이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쓰겠다"는 문구를 뺐다. 이에 대해 드라기 총재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는 절박성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CB는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7%, 1.6%로 각각 제시했다. 직전 회의였던 지난해 12월 당시 2017년 1.3%, 2018년 1.5%로 각각 내놓았던 것보다 크게 올렸다.
그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종료되기 전에 금리를 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책위원들은 앞으로 금리를 더 내려야 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리 하락세가 멈춘 만큼 적당한 시점에 오를 일만 남은 것이다. ECB는 이번 회의에서 제로금리 수준을 동결하기로 했지만 유로존의 경제지표가 좋아진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오는 12월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 전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ECB는 2015년 3월부터 거의 3년째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다.
다만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ECB는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입한다. 드라기 총재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와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의 선거 등으로 유럽은 올해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며 "물가 동향 등 전망이 악화되면 양적완화 프로그램 규모나 기한을 연장할 용의가 있다" 고 말했다. '축소·억제' 신호로 과도하게 해석될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의 잇딴 매파적 발언으로 '3월 금리인상론'은 후끈 달아오른 상태다. 9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오는 3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0.8%로 예상했다. 이 정도면 내주에 기준금리를 안올리는게 오히려 시장 충격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의 지난해 말 전망대로 올해 3번, 내년 3번의 금리인상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동안 연준과 시장의 괴리감이 존재했지만 순식간에 간격을 좁힐 수 있게 만든 매개물은 물가지표다. 미국의 올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나 상승해 연준의 물가 목표치 2%에 바짝 다가섰고 금리인상의 명분이 충분해졌다. 금리인상의 또 다른 축인 고용지표는 이미 연준 기대치에 도달했다. 1월 신규고용 증가량은 22만7000명으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고 실업률은 4.8%로 완전고용 수준이다.
일본 물가도 꿈틀대고 있다. 일본의 1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0% 제자리걸음을 예상한 블룸버그 전망을 웃도는 것으로 재작년 12월 이후 1년 1개월 만에 첫 상승세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은행(BOJ) 내에서 물가 오름세가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추가적인 금융완화가 논의에서 배제되고 긴축 논의가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해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돈줄 죄기가 이어지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미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임영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