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산하 금융기관과 민관펀드가 "첨단 반도체 기술 해외유출"을 명분삼아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들 금융기관은 미국계 펀드나 반도체기업과 함께 미일 연합전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중국이나 대만, 한국기업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 산하 정책투자은행은 직접 출자한 투자펀드를 조성해 도시바 반도체 사업인수전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펀드에는 일본 민관이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한 산업혁신기구도 참여하는 방안을 조율중이다. 산업혁신기구는 과거 디스플레이 구조조정을 통해 설립한 재팬디스플레이의 대주주로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마다 감초처럼 관여해왔다. 아울러 도시바와 거래관계에 있는 기업들도 펀드에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부 산하 금융기관만 동원될 경우 정부 직접개입 논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공적금융기관들이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전에 직접 개입하기로 한 것은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사업 지분 20%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미국 원전사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최대 100% 지분매각을 결정했다. 이후 일본 재계와 정부 내에서는 첨단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재계대표단체인 게이단렌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은 "기술과 인력의 국외 유출은 문제"라고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특히 일본 전자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이나 대만으로 매각되는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일본 전자기업 중에는 인수여력이 있는 곳이 없다고 보고 정부 개입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도시바 반도체사업 의결권의 34%를 확보하면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갖게 돼 해외로 기술유출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일본 내 공장과 고용 유지도 용이해진다. 닛케이는 "도시바메모리 예상매각액 1.5~2조엔의 절반을 금융기관 차입으로 해결한다고 가정하면, 약 3000억엔 정도면 지분 30%후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대 2조엔에 달하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대금을 감안할 때 일본 정부 산하 금융기관 펀드가 미국계 펀드나 기업들과 연대해 인수전에 뛰어드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해외에 매각된다면 미국이 가장 낫다는 분위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펀드 중에는 베인캐피털, 실버레이크파트너스, KKR 등이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와 미에현 반도체 공장을 공동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도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된다.
미일 연합군이 형성될 경우 인수에 의욕을 보여온 중국 대만 한국 기업은 크게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산케이신문은 이날 도시바 경영진이 이미 중국 기업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반도체 굴기를 주도하고 있는 칭화유니와 도시바 백색가전을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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