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냉랭해진 미국과 독일 관계의 틈을 일본이 파고들면서 소원했던 독·일 관계가 해빙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20일 독일 하노버 국제정보기술전시회 '세빗'(CeBIT) 시찰 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정상회담이 주목받는 이유는 경제·역사 인식에 있어 사사건건 대립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던 독·일 관계가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급속히 개선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일본의 달라진 분위기는 17일부터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부터 감지됐다. 이와 관련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통화약세에 대해 미국의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독일과 일본이 통화정책 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도록 수면 아래에서 협의했다"고 전했다. 매년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만날 때마다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됐던 메르켈 총리와 아베 총리의 관계를 감안할 때 독·일이 가장 민감한 환율문제 공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사실 메르켈 총리는 아베 2차 정권 출범 이후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확대를 근간으로 한 아베노믹스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놨고, 지난해 일본 미에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도 글로벌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일본이 주장해온 '재정확대'에 대해서도 가장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2015년 일본 방문 때는 아베 총리에 비판적인 논조를 가진 아사히신문 강연에서는 "독일은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했다"고 언급하며 아베 정권의 역사인식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국제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 독일 입장에서는 일본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뿐 아니라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국 불안 등의 와중에 현실적으로 G7 가운데 협력할 대상이 일본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모두 수출대국으로 보호무역이 강화되거나 외환정책이 도마에 오를 경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1박2일간에 걸친 골프 정상외교를 했던 아베 총리가 이번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독일과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중재하는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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