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주 팜비치의 한 리조트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진 가운데, 두 사람의 만남 만큼이나 양국 퍼스트 레이디들의 만남도 큰 관심을 모았다.
가수 출신인 시진핑 부인 펑리위안과 모델 출신인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모두 빼어난 패션 감각과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회담은 G2를 이끄는 스트롱맨들뿐만 아니라 각국을 대표하는 셀러브리티(유명인사)들의 만남의 장이기도 한 셈이다.
이날 검은색 바탕에 흰 활 문양이 새겨진 드레스를 입은 채 플로리다주 팜 비치 공항에 도착했던 멜라니아는 만찬에서는 심플한 스타일의 붉은 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패션전문지 '보그'는 이를 두고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의상에 담기 위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붉은 색은 중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색상으로 부와 권력, 행운과 행복 등을 상징한다.
펑리위안은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를 개량한 짙은 남색의 드레스를 입어 품격있는 동양미를 뽐냈다. 펑리위안은 해외 방문 때 전통적 색채를 담은 푸른색 계열의 옷을 즐겨 입은 바 있다. 2015년 9월 미중 정상회담 때에도 반짝이는 장식이 들어간 푸른색 실크 드레스를 입은 채 포토라인에 섰고, 한달 뒤 영국 국빈방문 때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주재한 국빈만찬에 발등을 덮을만큼 긴 윤기나는 남색 드레스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SCMP)는 "펑리위안은 전통미와 서구적 세련미가 어우러진 의상을 통해 중국 패션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해 왔다"고 설명했다.
각자 나라에서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는 두 사람이지만, 퍼스트 레이디로서 두 사람의 스타일은 극과 극이다.
'모란의 요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펑리위안은 전통적인 중국 지도자 부인의 상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덩샤오핑의 부인 줘린에서 후진타오의 부인 류융칭까지, 역대 중국 지도자의 배우자들은 뒤에서 조용히 남편을 보필하는 '그림자 내조형'이었다. 하지만 펑리위안은 시진핑이 국가주석이 된 후에도 전국문학예술계연합회 부주석,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결핵 예방치료 친선대사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남편의 외국 순방에도 적극적으로 동행하며 외교무대를 휘어잡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문예 선전부 소속 가수로 자국민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펑리위안은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58위에 오르기도 했다. LA타임즈는 이런 펑리위안을 일컬어 "마오쩌뚱의 부인 장칭과 더불어 중국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과시한 퍼스트 레이디"라고 평가했다.
반면 멜라니아는 '은둔형 퍼스트 레이디'다. 퍼스트 레이디가 된 지 채 80일도 지나지 않은 탓에 남편인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한 횟수를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11살인 아들 배넌의 교육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에도 남편을 따라 백악관으로 향하지 않고 뉴욕의 트럼프타워에 은둔하고 있다.
조용하고 외부에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멜라니아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퍼스트 레이디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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