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적 행동을 포함해 모든 대북정책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포스트 김정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북한의 정권 교체, 즉 '김정은 제거 작전'까지 암시 혹은 전제로 한 것으로, 최근 미국 조야가 북한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선제 타격이나 김정은 제거 작전 등의 군사행동에 실제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MSNBC의 '모닝 조'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정은이 제거될 경우 누가 그의 뒤를 잇게 될 지,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며 "이처럼 중요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한 계획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드너 의원은 같은날 가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mad man)'에 비유했다. 그는 "더 이상 잊혀진 미치광이를 못 본 척 할 수는 없다"며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대북 강경론이 고조돼 왔다. 지난 7일 NBC뉴스가 미 국가안보회의(NSC)가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와 김정은 제거 등을 포함한 대북 전략을 제시했다고 보도한데 이어, 9일에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대북 군사적 행동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급파도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칼빈슨호는 오는 15일께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적으로 북한 김일성 105주년 생일(15일)과 겹친다.
북한은 올해 김일성 생일 혹은 인민군 창설일(25일)에 대규모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신형 무기를 대거 동원한 가운데 대규모 열병식에 나서며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미국도 칼빈슨호를 비롯한 전력을 한반도 인근 해상에 대기시켜 군사 압박에 나설 경우 한반도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북한은 이날 칼빈슨호의 한반도 재출동에 대해 "미국이 자기의 행위가 빚어낼 파국적 후과에 대하여 전적으로 책임지게 만들 것"이라고 반발했다.
워싱턴과 서울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실제로 선제 타격이나 김정은 정권 교체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대신 군사·외교적 강압 조치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국 배치, 사드 추가 배치 검토, 미국 핵추진잠수함의 한반도 인근 배치, 미국 전술핵 한국 재배치 등 군사적 압박을 높임과 동시에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유럽 국가들과 북한간의 외교 관계 단절 등 추가 압박 수단이 아직 많다는 것이다. 서해에서 항공모함을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해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압박하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취하는 군사·외교 강압의 최종 목표는 북한과 중국에 대한 동시 압박"이라며 "이같은 시도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미국은 선제타격과 김정은 제거 작전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최근 입장 변화가 주목받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 여론이 미국이나 한국보다는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어서다. 관영 환구시보는 최근 사설에서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한다면 중국과 미국이 전례없는 반응을 내놓고 심지어 '전환'의 수준에 다다를 수 있는 만큼 지금의 북한은 절대로 이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을 방문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국 외교부와 협의를 마친 뒤 북한의 추가 핵실험 시 강력한 추가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것도 중국의 방향 전환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중 하나다.
한편 국내 대선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압박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포린폴러시는 11일 한국 대선과 관련해 "덜 대립적인 대북 접근법을 주장하는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큰 좌절에 직면 할 수있다"고 밝혔다. 포린폴러시는 문재인 후보는 햇볕 정책의 신봉자이고, 안철수 후보 역시 북한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현 정부가 워싱턴과
[노현 기자 / 안두원 기자 /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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